바이든, 97명 연방판사 임명…트럼프는 같은 기간 85명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임명한 연방 판사 수가 같은 기간 트럼프 정부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법관을 비롯한 연방 판사를 대거 임명하면서 주요 법원이 보수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사법 권력 교체가 속도를 내는 것이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추천한 연방 판사 후보 가운데 97명의 판사를 임명했다고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직급별로는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을 비롯해 항소법원 판사 28명, 지방법원 판사 68명 등이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때 공화당이 주도했던 상원이 같은 기간 인준한 판사 수(85명)를 넘어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2년 차 말까지 대법관 2명, 항소법원 판사 30명, 지방법원 판사 53명을 각각 임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록은 오바마 정부 때(62명)보다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 판사는 여성과 유색인종 등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항소법원 판사 28명 중 11명이 흑인 여성인데 이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전체 인원보다 많다"면서 "우리는 2년간 이렇게 다양하고 역동적인 새 판사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상원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법 권력 교체는 내년에 더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50 대 50으로 상원이 양분되면서 법관 인준을 담당하는 법사위도 민주당과 공화당이 11명씩 위원을 맡고 있다.
그러나 새해부터는 민주당 성향 무소속을 포함해 민주당 상원 의석이 51석으로 공화당(49석)보다 2석 많아지면서 법사위 위원수도 더 늘어나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른바 '블루 슬립'으로 불리는 비공식적인 거부권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NYT는 보도했다.
블루 슬립은 해당 지역 상원의원이 인준에 찬성하는 메시지가 적힌 파란색 종이를 보내지 않는 한 인준을 진행하지 않는 상원 법사위의 전통이다.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대법원에서 공식 폐기되고 학자금 대출 탕감을 비롯한 바이든 정부의 주요 정책이 각급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보수화된 사법 권력에 대한 교체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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