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금융 서비스 늘린다…부동산·헬스케어·자동차·통신 등 관심"
CEO 관치 논란 속…조용병 "세대교체 의지에 따라 승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복합 위기로 인한 금융산업 수익성 둔화에 대비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헬스케어, 빅데이터 등 비금융 서비스 확대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최고경영자(CEO) 선임·금리 산정 등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대부분 말을 아끼면서도 금융지주 내에서 공정한 심의 과정을 거쳤다고 강조했다.
◇ "'위기 극복'이 화두…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호실적 이어갈 것"
연합뉴스가 1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금융지주 회장을 상대로 신년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금융권의 화두로 '위기 극복'을 들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금융산업은 경기 부진과 조달·대손 비용 증가로 성장성·수익성이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영업 다중채무자 등 취약여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증권·캐피탈·저축은행의 부실 증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도 "금융산업은 지난 10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복합 위기 상황에 놓여있다"며 "올해에도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민간소비 약화, 자산시장 위축이 예상되고 이는 금융산업을 지속해서 어렵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지주들은 위기 상황 속 선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올해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은행이 그룹의 견고한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다각화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올해에도 안정적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분간 신용위험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리스크관리에도 힘쓸 생각"이라고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와 취약부문 신용위험 증가가 혼재될 것으로 예상되나 우리금융은 비은행 비중이 작아 경기 둔화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이라며 "올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하에 내실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올해 3고(금리·물가·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경기침체에 따른 신용리스크 악화 등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리한 외형성장보다 견고한 리스크관리 강화 기조하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통해 경영의 내실화를 기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비금융 진출길 열린다…부동산·헬스케어·데이터 등 관심"
금융지주들은 올해 비금융 서비스 확대를 추진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자회사 출자를 통해 생활 서비스 등 비금융 분야 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밝혔다.
KB금융[105560]은 헬스케어(오케어), 부동산(KB부동산), 자동차(KB차차차), 통신(리브모바일) 등 비금융 분야에 진출해있다.
윤종규 회장은 "4대 생활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비금융영역 확대를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며 "금융과 접목이 가능한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도로 기회를 살피는 중"이라고 답했다.
신한금융의 비금융 서비스로는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배달앱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은 이 외에도 6천억원 규모의 디지털 전략적 투자(SI)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데이터, 블록체인, 이커머스 등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 24개 기업에 2천461억원을 투자했다.
조용병 회장은 "규제가 완화하면 각종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해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카카오[035720] 그룹처럼 금융회사도 데이터 기반을 확충할 수 있도록 가상자산, 유통, 운수, 여행업 등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금융 연관성이 높은 영역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금융업과 연관성이 높지 않은 분야라도 제휴·지분투자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함영주 회장은 "부동산, 자산관리, 모빌리티, 헬스케어, AI, 빅데이터 등을 포함한 다양한 비금융영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비금융업 협의회를 출범하고 디지털금융 생태계 조성의 첫발을 뗀다는 계획이다.
손태승 회장은 "비금융업 협의회를 통해 그룹 내 비금융업 융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 노력을 강화하고 제도 변경 전이라도 혁신금융 서비스 신청 등 추진 가능한 범위에서 주요 비금융업종을 대상으로 우량 파트너십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관치 논란'에 "공정심의 거쳐 CEO 선임…시장 불안 최소화해야"
금융지주 회장들은 금융당국의 '관치 금융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 연말 금융권 CEO 인사를 두고 관치 논란이 제기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주요 금융지주 회장 등의 인사와 관련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데 대해 "일률적으로 관료 출신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회장 상당수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조용병 회장은 "신한금융은 현 CEO의 세대교체 의지에 따라 자연스러운 승계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이 스스로 용퇴 의사를 밝히면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조 회장은 "그룹 내 각사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심의를 거쳐 도덕성, 가치 구현 능력, 업무 전문성, 조직관리 역량을 갖추고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공익성, 건전 경영에 노력할 수 있는 후보로 추천된 자를 CEO로 선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이 예금·대출 이자와 관련해 정책 혼선을 빚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장 불안정을 최소화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예금 금리 인상을 독려하다가 유동성이 은행권으로 쏠리자 11월 돌연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도록 지도해 정책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조용병 회장은 "예대금리차 공시는 은행마다 대출 운용·정책 지원 등 구조적 특성이 있다"며 "금리차에 대한 일괄적 해석으로 개별 은행의 평판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도 "급변한 금리 상황에 따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이로 인한 시장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와 절차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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