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수료율 0.4∼0.5%인데 저축은행 수수료율은 1.7∼1.8%"
저축은행 업계, 중앙회에 플랫폼 계약 일임하는 방안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오주현 기자 = 대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사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이 은행 등 1금융권의 수수료율과 비교해 과도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조달금리 급등으로 2금융권의 업황이 나빠지자 많은 저축은행이 비용 효율화 등을 고려해 지난 연말까지 플랫폼을 통한 대출 취급을 일시 중단했는데, 수수료율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특정 플랫폼에서는 일제히 철수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중개 플랫폼들이 저축은행에 평균적으로 부과하는 중개 수수료율은 1.7∼1.8%인 반면, 은행권에 대해서는 0.4∼0.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 저축은행 임원은 "일부 플랫폼사에서 요구하는 선택 수수료(고객의 선택에 대해 부과하는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실제 중개 수수료 지급률은 최대 2.5%에 육박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빅테크사 등이 대출금리의 약 10%를 중개수수료율로 부과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수료를 내는 반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내주는 저축은행은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모든 금융권이 동일한 방식으로 플랫폼을 이용하는데도 동일한 시스템 이용 원가를 무시하고, 업권간 차별적인 중개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업계는 중개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금융회사의 업무원가(비용)가 상승해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가 오르고, 중저신용자는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플랫폼사 관계자는 "수수료 책정은 기본적으로 금리와 연관이 가장 높다"면서 "평균 대출 금리가 연 3∼4%인 시중은행과 연 15∼20%인 저축은행에 동일한 수수료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축은행과 플랫폼 간 갈등은 향후 더욱 가시화될 전망이다.
저축은행들은 플랫폼사에 중개 수수료율을 은행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개별 저축은행의 협상력이 부족하다면 저축은행중앙회에 계약권을 일임해 협상을 진행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빅테크의 관행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앙회가 중개 계약을 위임받아 입찰할 용의가 있다"면서 "대출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플랫폼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업체 몇 곳에만 입점하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저축은행들이 최근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본격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최근 시장 여건 악화로 조달금리가 급등한 상황에서 중개수수료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업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통한 대출 취급 비중은 전체 대출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이 조달금리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대출 문을 걸어 잠그자,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조달금리 변동 폭만큼 올해 1∼6월 적용될 민간 중금리 대출 상한을 높이기로 했다고 고시했다.
민간 중금리 대출 제도는 신용 하위 50%인 개인 대출자를 위한 제도로, 업권별 금리 상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로써 올해 상반기 민간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은 상호금융업권이 10.5%, 카드사는 11.88%, 캐피탈은 14.99%, 저축은행은 17.5%로 상향된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경우 금융위에서 설정해둔 최대 금리 상한 한도까지 금리 상한이 인상됐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캐피탈사들이 대출 취급을 줄이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만큼은 정상적으로 대출을 취급해야 하는데, 금리 인상뿐 아니라 유통 비용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viva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