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에 날선 비판…논란 야기했던 베네딕토 16세 생전 발언

입력 2023-01-01 00:01   수정 2023-01-02 15:11

이슬람에 날선 비판…논란 야기했던 베네딕토 16세 생전 발언
"교황에 선출된 건 기요틴…콘돔 배포로 에이즈 극복 못해"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31일(현지시간)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신의 로트바일러(맹견의 일종)'로 불릴 정도로 강경한 보수파 신학자로 큰 명성을 얻었다.
그는 신학자로서뿐만 아니라 교황이 된 이후에도 이슬람 등 타 종교와 가톨릭 내 진보 진영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아 종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치 독일의 반인류 범죄에 관한 언급도 일각의 비판에 직면했고, 그의 재임 기간 중 불거진 일부 가톨릭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과 관련해서는 퇴임 이후까지 사과해야 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을 '기요틴(프랑스 혁명 때에 발명된 목을 자르는 사형 집행 기구)'에 비유하면서 극도의 부담감을 토로했다.
독일 언론인 페터 세발트가 지은 책 '최후의 증거'(Last Testament)에서 그는 "내가 진정으로 교황이라는 자리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란 걸 안다. 그러나 신께서 내게 이런 부담을 안기실 때는 내가 그 일을 완수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5월 나치 독일에 의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만행의 상징적 장소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를 방문해서는 "신과 인간에 반하는 전례 없는 대량의 범죄가 자행된 이 공포의 장소에서는 말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기독교인, 독일 출신의 교황에게는 특히나 어렵다"고 말했다.
2차 대전 당시 나치 청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에 강제로 가입했던 베네딕토 16세는 나치의 범죄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이를 독일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 국민들을 겁박한 '일부 범죄자 집단'의 죄악으로 축소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2010년 비오 12세 교황(1939∼1958년 재위)에 관한 책에선 나치의 홀로코스트를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는 비오 12세를 옹호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그는 "비오 12세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고 수많은 유대인의 생명을 구했다"면서 "물론 누군가는 '왜 그가 더욱 분명하게 항의하지 않았는가'라고 질문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2006년 9월 독일 레겐부르크 대학 강연에서는 "마호메트(이슬람교 창시자)가 가져온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내게 보여달라. 당신은 거기서 그가 선교한 신앙을 칼로써 퍼뜨리라는 명령과 같이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슬람권의 반발을 샀다.
즉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2008년 8월에는 당시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에 관해 "성직자의 직분과 완전히 배치되는 행동"이라거나 "나 스스로 매우 수치스럽다"는 말로 자괴감을 드러냈다.
퇴임 이후에는 독일 뮌헨 교구에서 사제 4명이 저지른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를 조사한 위원회가 1977년부터 1982년 이 지역의 대주교였던 베네딕토 16세의 개인적 책임을 거론하는 보고서를 내자 그는 재차 곤경에 내몰렸다.
그는 한 서한에서 이에 관해 "미성년자 성 학대에 관해 나의 큰 수치심과 깊은 슬픔, 용서를 부탁드리는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에이즈와 콘돔에 관한 그의 보수적 견해도 구설에 올랐다.
2009년 3월 에이즈가 심각한 아프리카 방문길에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에이즈는 돈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비극이다. 콘돔을 배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으며 이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한 발언이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퇴임은 가톨릭 역사상 거의 60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교계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에 관해 베네딕토 16세는 "신 앞에서 반복적으로 내 양심을 시험해 본 끝에 나는 고령으로 인해 나의 기운이 베드로의 직분(교황)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신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cwhy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