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기존 치료제 한계 노출…면역 약한 수백만명 위험 직면"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겨울을 맞아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와 의회가 신약 개발 지원을 줄여 면역이 취약한 수백만명이 위험에 처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또 한 차례 겨울을 맞이했으나 전문적 치료법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면역 저하자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들을 위한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폴리티코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종류가 많고 재고가 풍부하며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적용 가능하지만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고, 화이자의 경구약 팍스로비드는 널리 처방되는 약들과 상호작용 때문에 사용에 제한이 있다고 전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치료에 사용되면서 중증 위험이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에게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은 단일클론 항체치료제는 오미크론 변이에 거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오미크론과 하위 변이 유행 후 이들 바이러스에 효과가 떨어지는 항체치료제 4가지의 사용 허가를 취소한 바 있다.
허가가 취소된 치료제들은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경증과 중등도 증상의 성인·소아 환자들에게 처방돼온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 비르(Vir) 등의 단일클론 항체치료제들이다.
단일클론 항체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야 하는데,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항체치료제가 결합하지 못해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먹는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돼 대표적인 코로나19 치료제로 자리 잡은 팍스로비드는 면역이 약한 사람들에게 널리 처방되는 다른 약들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코로나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선천적으로 또는 장기이식이나 약 복용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은 백신을 접종해도 충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항체치료제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FDA가 면역이 약한 환자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한 회복기 혈장 치료제에 대해서도 국립보건원(NIH)은 효과를 뒷받침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일고 있다.
조지워싱턴대 리애나 원 교수는 "우리가 팬데믹 비상단계를 벗어났다고 해서 코로나19가 끝났거나 더는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심각한 질환에 취약한 미국인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치료법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음에도 더 효과적인 항체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정부 지원은 오히려 줄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 의회가 크리스마스 전 통과시킨 대규모 지출 법안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팬데믹 대응을 위해 증액을 요청한 90억 달러(11조4천억원)가 삭제됐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을 위해 제약업계에 지원할 재원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2세대 백신과 치료법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이 없으면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증가해 가뜩이나 독감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유행으로 이미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의료체계를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아르투로 카사데발 교수는 일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빠르게 등장했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고려할 때 "(제약사가 정부 지원 없이) 치료제 개발에 나서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의회의 미온적 태도와 자금 부족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지원할 재원이 없다"면서 "미국인들이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다른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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