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미국에서 흑인 여성이 살해된 사건이 급증했으나 해결된 건수는 다른 인종·성별 피살 사건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 집계 결과 2021년에 미 전역에서 흑인 여성 2천77명이 살해당했다.
이는 2019년보다 51%나 늘어난 수치로, 다양한 인종·성별 그룹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체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34% 늘었다.
미제로 남은 흑인 여성 살인 사건도 크게 늘었다.
WSJ이 미국 주요 도시 21곳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1년 흑인 여성 피살 미제 건수는 2018∼2019년보다 89% 증가해 다른 인종·성별 그룹을 압도했다.
이들 21개 도시에서 발생한 흑인 여성 피살 사건 가운데 가해자를 체포·기소하거나 용의자를 특정하는 등 '해결'로 분류된 사건의 비율은 2018∼2019년 67%에서 2020∼2021년 59%로 약 8%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백인 여상 피살사건의 해결률은 78%에서 73%로 5%포인트 하락했다.
남성의 경우 백인 피살 사건의 해결률은 58%로 변화가 없었고 흑인 남성은 45%에서 41%로 4%포인트 내려갔다. 전체 살인사건의 해결 비율은 51%에서 49%로 2%포인트가량 소폭 낮아졌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사법당국과 범죄학자 등 전문가들은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흑인 여성 살인사건의 양상 변화, 전반적인 경찰 인력 부족, 2020년 경찰 체포 과정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와 브레오나 테일러가 숨진 이후 흑인 커뮤니티에서 깊어진 경찰 불신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흑인 여성 살인사건의 가해자는 이전에는 남편·남자친구·전 파트너 등이 주를 이뤘다. 갱이나 마약과 연관된 총격, 처음 본 사람과의 싸움 등이 주원인인 흑인 남성 살인사건과 비교해 용의자를 특정하기가 쉬웠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총기 폭력이 급증하면서 차량 총격과 같이 상대적으로 해결하기가 더 어려운 원인으로 살해되는 흑인 여성들이 늘어났다고 WSJ은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LA)의 경우 늘어나는 살인사건을 해결할만한 전문 수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지역에서는 2020∼2021년 살인 사건 752건이 발생해 2018∼2019년보다 46% 늘었지만 최근 2년간 은퇴하거나 사직한 경찰이 많아 관련 부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수사가 답보 상태인 살인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은 관련 조사에 나서거나 홈페이지를 만들고 현상금을 내거는 등 행동에 나서기도 하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밀워키 경찰 살인사건 담당반의 티머시 게르케 경감은 "목격자들은 안전을 걱정해 증인이 되고 법정에 불려가기를 꺼린다"면서 갈수록 증인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밀워키 경찰은 2019년 살인사건 20건 중 17건을 해결했으나 2021년에는 28건 중 14건을 해결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클리블랜드 경찰국 대변인인 제니퍼 치아차 경사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이후 법원·검찰과의 접촉이 제한되면서 살인사건 해결 비율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인종적 요인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LA에서는 지난해 1월 경찰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다니던 24세 백인 여학생 살인 사건에 현상금 5만 달러를 준다고 발표하자 일부 흑인 여성 피살자 가족들이 항의해 해당 사건에 추가로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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