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당국의 규제로 지난 2년여 숨죽여 지냈던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거물들이 당국의 규제 종료 신호에 따라 올해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전망했다.
SCMP는 "지난 2년간 중국 기술 거물들은 눈에 띄게 조용했다"며 "이들은 당국이 자신들의 사업 제국의 날개를 꺾으려 하고 사업 규모 축소, 정리해고가 이뤄지던 때와 맞물려 공개석상에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은 대중의 눈에 띄지 않았고, 음식 배달서비스 플랫폼 메이퇀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왕싱은 지난해 소셜미디어에 단 한 줄도 글을 올리지 않았다.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창업자도 거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도 주목받지 않으려 조심했다.
그러나 중국이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빅테크에 대한 지원 신호를 잇달아 보내면서 이들이 다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부양을 위해 민간 분야를 전면에 내세웠으며, 빅테크 지원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당국은 빅테크 기업들이 경제 성장, 일자리 창출, 국제 경쟁에서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중국증권의 양아이이 분석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기술 분야에 대한 정책 리스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이전까지 인터넷 기업들을 가로막았던 요인들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 우리는 올해 기술 기업들의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과 시장 가치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술 기업 대표들이 아직은 공개적으로 주목받으려 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최근 잇달아 내부 단속에 나서며 한 발언들이 업계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텐센트 마화텅은 직원들에게 성과가 저조하면 어떤 사업도 중단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부 임원들의 부패와 회사의 효율성 개선에 대한 시급성 인식 부족을 질타했다. 또 텐센트의 핵심 사업인 게임 분야가 계속해서 엄격한 규제 환경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닷컴 창업자인 류창둥 전 회장은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고위 임원 약 2천명의 연봉을 20% 삭감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향후 2년간 회사가 다시 고속 성장을 회복하면 임금을 회복시켜주겠다고 했다.
류창둥은 고위 임원들이 기업 경영에 대해 자신에게 진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현란한 파워포인트 자료로 실적 저조를 숨기려 했다며 강하게 질책하고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회사 내에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한 것은 오랜만이다. 그는 2018년 미국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후 CEO 등 회사의 주요 직책에서 물러나 조용히 지내왔다.
알리바바 마윈은 지난달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마윈공익재단의 '우수 농촌교사들과의 만남' 행사에 참여해 연설했다.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1년 만이다.
홍콩대 앤젤라 장 부교수는 SCMP에 "중국 기업가들은 회복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중국에서 살아남고 번창하도록 새로운 정책 환경에 신속히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또한 자국 시장이 성숙했고 규제 압박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성장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자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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