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는 3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수도권 전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을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4개 지역(과천, 성남 분당·수정, 하남, 광명)만 남겨두고 규제 지역을 푼 지 54일 만에 나온 추가 해제 조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규제지역 해제는 지난해 3차례에 이어 이번이 4번째다.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급격한 침체 속에 실수요자의 주택 거래마저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했다. 부동산 침체가 실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서울 전체와 경기 4개 시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서울 15곳이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는데 이번 조치로 전임 정부 이전 수준으로 규제지역이 풀리게 됐다. 규제 해제는 관보 게재가 완료되는 5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수도권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대출과 세제, 청약, 거래 등 집을 사고파는 모든 과정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한 침체 양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해제 조치는 심상치 않은 최근의 집값 하락세와 관련돼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 3개월(9∼11월) 서울 주택 가격은 평균 2.59%, 경기도는 3.68% 하락했다. 서울 노원구는 집값 하락 폭이 5.47%로 서울 평균의 배가 넘는다. 서울 도봉구(-4.11%)도 하락 폭이 크다. 광명(-6.85%), 하남(-4.36%), 과천(-3.75%)은 경기도 평균 또는 그 이상으로 떨어졌다. 주간 단위 아파트값은 하락 폭이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 기조와 경기 침체 조짐의 여파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번 규제 지역 해제와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도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선 집값 하락 등으로 인해 상한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분양 시장의 침체는 자칫 건설과 금융업계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건설과 금융업계의 부실 양상이 가시화할 경우 전방위적인 위기 국면에 대한 우려를 지우기 어렵게 된다.
이번 규제 해제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안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서울 강남 3구 등은 이번 해제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집값을 자극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좌우할 수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는 금리다. 기준 금리는 연 3.25%까지로 상승해 있다. 한국은행은 최종 금리 수준을 3.50% 정도로 예상한다. 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에도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높아진 대출 금리가 주택 실수요자 등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 규제 해제가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당장 바꿀 수 있을지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최근 금리 상승과 맞물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조짐에 대비해 "수요측 규제를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선 극심한 거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해제 조치로 인해 향후 집값 상승과 투기 수요만 부추기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도록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추세를 면밀히 살피면서 대처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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