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국가들 일제히 비판·경고…요르단은 이스라엘 대사 초치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도 성지 규칙 변경 시도 경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의 예루살렘 성지 방문이 아랍권 국가의 반발을 촉발한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계획이 전격 취소됐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채널12 방송과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 주로 예정됐던 UAE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취임한 네타냐후 총리는 다음 주 아부다비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의 취임 후 첫 공식 해외 방문 일정 취소와 관련 "향후 성공적인 방문을 위한 양국 정부의 협조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격적인 UAE 방문 일정 취소가 벤-그비르 장관의 동예루살렘 성지 도발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이스라엘 경찰조직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오전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성전산(예루살렘 성지의 이스라엘 측 호칭)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유대교도의 성지 내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팔레스타인과 알아크사 사원 관리 권한을 가진 요르단은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을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요르단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 다른 아랍권 국가들도 비판 대열에 잇따라 동참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침입한 이스라엘 관리의 도발적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인 튀르키예도 벤-그비르 장관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이 도발적 행동이라며 "성지의 존엄을 훼손하는 도발 행위 방지를 위해 이스라엘이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중재해온 이집트도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이 안보와 지역 안정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UAE와 카타르도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을 '알아크사 사원 경내 침범'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그 밖에 이스라엘 주재 프랑스 대사관과 미국 및 영국 정부도 동예루살렘 성지 규칙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했던 네타냐후는 이듬해 3월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으로 UAE 방문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왕세자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 시 의전 문제로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은 요르단이 네타냐후 총리가 탄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후 네타냐후는 반대파 정당들에 밀려 실권했고, 후임인 나프탈리 베네트가 UAE를 최초로 방문한 이스라엘 총리로 기록됐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