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장관 성지 도발 일파만파…국제사회 우려 '봇물'(종합2보)

입력 2023-01-04 11:40  

이스라엘 장관 성지 도발 일파만파…국제사회 우려 '봇물'(종합2보)
미, "현상 변경 안돼" 경고…UAE·중국, 안보리 회의 요청
아랍권 국가들 일제히 비판…네타냐후 UAE 방문 취소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경수현 기자 =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 장관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이 중동의 긴장을 악화시킬 조짐을 보이자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요구까지 나오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벤-그비르 장관이 성지 방문을 강행하자 우려를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일이 폭력적인 충돌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며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현상 변경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떠한 일방적인 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상황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보리에 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도 안보리 대응을 요구할 계획이라는 성명서를 냈다고 현지 와파(WAFA) 통신이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은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유엔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 경찰조직과 국경 경찰을 관할하는 벤-그비르 장관은 이날 오전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성전산(예루살렘 성지의 이스라엘 측 호칭)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며 유대교도의 성지 내 기도와 예배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팔레스타인과 알아크사 사원 관리 권한을 가진 요르단은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을 도발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요르단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다른 아랍권 국가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알아크사 사원 경내에 침입한 이스라엘 관리의 도발적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 중인 튀르키예도 벤-그비르 장관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이 도발적 행동이라며 "성지의 존엄을 훼손하는 도발 행위 방지를 위해 이스라엘이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중재해온 이집트도 "벤-그비르 장관의 행동이 안보와 지역 안정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UAE와 카타르도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을 '알아크사 사원 경내 침범'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주재 프랑스 대사관과 영국 정부도 동예루살렘 성지 규칙을 바꿔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벤-그비르 장관의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으로 인한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취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음 주로 예정된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고 이스라엘 채널12 방송과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부다비를 방문해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총리실은 방문 일정 취소 이유로 "향후 성공적인 방문을 위한 양국 정부의 협조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격적인 일정 취소가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방문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이스라엘 총리실의 한 관계자가 무슬림 예배만 허용해온 알아크사 사원의 현상 유지에 네타냐후 총리도 동의한다고 말했다며 이는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네타냐후는 이듬해 3월 이스라엘 총리로는 처음으로 UAE 방문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왕세자의 알아크사 사원 방문 시 의전 문제로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은 요르단이 네타냐후 총리가 탄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후 네타냐후는 반대파 정당들에 밀려 실권했고, 후임인 나프탈리 베네트가 UAE를 최초로 방문한 이스라엘 총리로 기록됐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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