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례시설 못 구해 빈 밭에 매장…비용도 부르는 게 값"
춘제 이후 감염·사망 정점 달할 듯…"아직 최악 상황 아냐"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폭증으로 화장과 장례 시스템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통계 발표 중단에 따라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지만, 급속한 감염에 따른 사망자 급증으로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한 장례식 참석자를 인용해 상하이 룽화 화장시설의 경우 평소 가능한 수준보다 5배 많은 하루 500구 이상의 시신을 화장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격식을 갖춘 이별 의식은 온데간데없고 쫓기듯 화장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공동 화장도 해야 하는 탓에 고인과 유족의 존엄성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화장시설의 직원은 "지금 전체 시스템이 마비됐다"며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난달 7일 중국 당국이 기존의 '제로 코로나' 조처를 대거 완화한 10개 조치들을 발표함으로써, 준비 없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과 지방 정부가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각 지역의 코로나 확진 상황을 발표하는 상황을 짚어보면, 지난달 7일 이후 3주 만에 중국 각 성과 대도시 인구의 50∼90%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하루 9천명 정도로 추산되며, 수억 명의 이동이 예상되는 이달 22일 춘제(春節·음력 설)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감염 증가가 예상돼 사망자 수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미 주요 도시의 화장·장례 식장은 포화 상태에 도달했으나, 전문가들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화장·장례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유족들은 야산과 빈 밭을 찾아 매장하는 사례도 빈번하며, 이런 사연을 소셜미디어 위챗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법에 따르면 전염병인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경우 시신을 집에 둘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부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완커(萬科)그룹의 부총재를 지냈고 공유오피스 사업체인 유코뮨을 운영했던 마오다칭은 가족의 장례를 치르면서 화장시설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실토했다.
그는 위챗 공개 계정에 "화장과 매장의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했다"면서 "이게 바로 베이징의 현 상태"라고 짚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책 브레인으로 통하는 후안강 칭화대 교수도 최근 장인상을 치르면서 구급차부터 화장·장례시설을 확보하려고 고군분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비용도 큰 문제다. 화장·장례 시설은 한정돼 있고, 사망자가 폭주하는 가운데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평소 같으면 몇천 위안이면 가능했던 화장 비용이 사흘 이내 처리 시 6만8천위안(약 1천250만원)에서 당일 처리 시 8만8천위안(1천620만원)을 요구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한 유족의 얘기를 전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고가를 치르지 않으면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화장시설 직원의 말을 듣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이처럼 치솟는 장례비용이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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