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반란 속 공화당 다수 온건·중도파 "좌절감 점점 커져"
트럼프, 매카시 계속지지 여부 불확실…매카시는 "지지 전화 받았다" 주장
교착상태 해결 미지수…공화, 전략 부재 지적 속 의회 운영 차질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3일(현지시간) 열린 제118차 미국 의회 하원의 첫 전체회의에서 개원 첫 절차인 의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는 '100년만의 대혼란'이 일어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57) 원내대표는 당내 경선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강경보수파 의원 20명의 반란 탓에 과반 득표에 실패해 의장 선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매카시로서는 정치적 굴욕을 당한 셈이어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천신만고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된다고 해도 입지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공화당이 자중지란 속에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의장이 선출되지 않는 진공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의회 운영 자체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 하원 다수당에도 체면 구긴 공화…강경파 반란에 자중지란 격화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케빈 매카시는 하원의 의장 선출 실패 후 하원 공화당 내에서 공개적인 반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강성 의원들이 던진 이탈표는 이날 3차례 투표를 거치면서 오하이오 출신이며 트럼프 지지자인 9선 짐 조던(58) 의원으로 집결했다.
예년의 보통 여건이었다면 다수당 원내대표인 매카시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절차는 요식행위였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매카시 의원은 2014년 8월부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매카시는 개원 첫날 1·2차 투표에서 203표를 받았고 3차 투표에서는 오히려 줄어든 202표를 득표했다. 즉, 과반 득표는 커녕 소수당인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 원내대표(212표)보다도 적은 표를 얻었다.
하원은 3차례 투표에도 불구하고 의장 선출이 이뤄지지 않자 다음날인 4일 정오에 다시 모여 투표하기로 했으나, 교착 상태가 해소될지 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100년만의 하원의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23년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9차례 투표 끝에야 의장이 선출됐고,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2개월여간 133번 투표가 이뤄졌다.
매카시는 2015년에도 하원의장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프리덤 코커스 소속 보수파 의원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현직 의장인 존 베이너의 지지도 받았으나 표 계산상 과반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수당 원내대표직은 유지했다. 결국 당시에는 보수 성향이 더욱 뚜렷한 폴 라이언 전 부통령 후보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 강경파들 설득 성공할까…트럼프 계속 지지 여부 주목
공화당 강경파 의원 20명이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 매카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이유는 이념적 명분과 개인적 이유 등이 겹쳐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표면상 이유 중에서는 매카시가 '의장 불신임 투표 요건 간소화' 등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최근 수 주간 앤디 빅스 등 강경파 의원들은 단 한 명의 의원만 제안해도 의장 불신임 투표가 열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매카시에게 요구했으나, 매카시는 이 요구를 거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이탈표를 던진 버지니아의 밥 굿 의원은 "케빈 매카시는 의장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카시는 2일 의장 선출 불발 후 도전 포기 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015년 때처럼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매카시는 이념적 색채가 특별히 강한 정치인은 아니며, 동료 의원들에 대한 친화력과 활동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당내 지도부 역할을 해 왔다.
이런 가운데 공개 지지의사를 표해오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장 선출 불발 후 '아직도 매카시를 하원의장으로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들은 내가 자신들을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상황을 지켜보자"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매카시는 2일 밤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는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공화당 내 내분이 "무늬만 공화당원'(RINO)들 탓이 크다며 미치 맥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그의 부인이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교통부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를 공격했다.
◇ 공화 온건파, 강경파에 부글부글…"교착상태 해결 미지수·전략도 부재"
매카시가 과반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대안이 없으며 그를 중심으로 단결해야만 한다는 호소도 당내에서 나온다.
매카시에 반대하는 투표를 한 의원은 20명으로, 공화당 하원의원 212명 중 10분의 1에 불과하며 전체 44명인 프리덤 코커스 내에서도 소수파다.
3차 투표에서 이탈표 20표 모두를 받은 조던 의원 본인도 3차례 모두 매카시에게 투표하면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그(매카시)를 중심으로 모여서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모론을 설파하는 극우파라는 평가를 받은 조지아 출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마저 "매카시 반대 투표를 하는 의원들은 우리가 힘들여서 확보한 공화당 다수의석을 가지고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다"이라고 트윗으로 비판했다.
온건파인 사우스캐롤라이나의 더스티 존슨 의원은 "좌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당내 다수인 온건 혹은 중도 공화당 의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공화당 의원들 중 상당수 사이에는 트럼프나 프리덤 코커스로 대표되는 강경보수 노선에 휘둘리는 바람에 이번 선거 압승 기회를 놓쳤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파가 매카시 의장 선출을 봉쇄하면서 하원 공화당이 1일째부터 마비됐다"며 "공화당 의원들이 이번 교착상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나 걸릴지, 혹은 매카시가 치욕적 연쇄 패배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이 있긴 한지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ABC뉴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첫인상이 나쁘다는 정도가 아니라 더 심각하다면서 "실제 거버넌스를 위해 공화당원들의 단합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관측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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