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SNS에서 매카시 지지 당부 "승리를 패배로 바꿔선 안 돼"
백악관, 野 자중지란 조소…강경파 사사건건 발목잡기 가능성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 하원이 공화당 내 분열로 100년만에 처음으로 하원 의장 선출에 실패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 번 내리 고배를 든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매카시 원내대표와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그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강경파들이 마음을 돌려 투표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은 위대한 승리를 부끄러운 패배로 바꿔서는 안 된다"며 "축하할 때이고, 여러분은 자격이 있다. 케빈 매카시는 업무를 잘 해낼 것이고, 큰일을 할 수도 있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앞서 하원 의장으로 유력한 매카시 원내대표는 전날 하원 의장 선출 투표에서 당내 강경파들의 반란표로 세 차례 잇달아 과반 확보에 실패해 당선을 확정 짓지 못했다.
1~2차 투표에선 19명이, 3차에선 20명이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
강경파들은 그간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고강도 견제에 필요한 의사규칙 변경 등을 요구하며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해 왔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우리가 이길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밤사이 직접적으로 강경파와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전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도 공화당의 자중지란이 일단락 되면서 이날 예정된 4차 투표에서 매카시 원내대표가 과반(218표) 확보에 성공해 하원 의장으로 공식 선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1923년 이후 처음으로 하원 의장 선출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미 의회도 지도부 공백으로 정상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하원은 의장 선출 이후에 의원 선서 및 상임위 위원장 임명 등 원구성을 마무리해야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향후 극우 강경파가 의회내에서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켄터키주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하원 의장 선출 실패와 관련, "나라를 위해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며 "공화당이 단합해 행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절차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의회 상황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구체적 답변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자신 스스로는 "일이 되게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내부적으로는 하원 다수당을 점한 공화당의 내분 사태 자체는 조소하면서도, 향후 극우 강경파가 목소리를 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주요 국정 과제마다 의회의 발목잡기가 한층 심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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