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사임'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장례 미사 이렇게 진행

입력 2023-01-05 07:00   수정 2023-01-06 15:21

'생전 사임'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 장례 미사 이렇게 진행
후임 교황이 주례하는 전임 교황 장례미사…1802년 이어 역대 두번째
현직 교황 장례 미사와 거의 동일하게 진행…6만여명 운집 예정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박수현 통신원 =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가 5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된다.
역대 교황의 장례 미사는 수석 추기경이 집전해왔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직접 주례한다.
베네딕토 16세가 즉위 8년 만인 2013년 건강 쇠약을 이유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교황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598년 만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자진 사임 후 모국인 독일로 돌아가지 않고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서 지내왔다.
후임 교황과 전임 교황이 공존하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현직 교황이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주례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1802년 비오 7세 교황이 전임 교황인 비오 6세의 장례식을 주례한 이후 교회 2천년 역사상 두 번째 사례라고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 뉴스'가 전했다. 그러나 당시는 나폴레옹 군에 의해 프랑스에 납치됐다 그곳에서 선종한 전직 교황의 장례를 3년이 지난 뒤 로마에서 다시 치른 것이기에 이번과는 경우가 다르다.
지난달 31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는 간소한 장례식을 원한다는 뜻을 생전에 밝혔지만 교황청은 현직 교황의 장례 미사와 거의 동일한 절차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장례 미사를 45분 앞둔 오전 8시 45분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성 베드로 대성전을 지나 성 베드로 광장 야외 제단 앞으로 운구된다. 관 위에는 성경을 펼쳐서 올려놓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장례 미사는 오전 9시 30분 바티칸 시스티나 합창단의 그레고리안 성가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작된다.
무릎이 좋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단 옆 의자에 앉아서 장례 미사를 주례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을 통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에게 마지막 축복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장례 미사가 끝날 무렵 프란치스코 교황은 관에 성수를 뿌리고 향을 피운 뒤 라틴어로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 베드로의 후계자로 교회의 목자가 되게 하신 자비로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당신 말씀의 용감한 설교자요, 하느님 신비의 충실한 봉사자로 삼으소서"라고 말한다.
이후 합창단의 "낙원으로 천사들이 너를 인도하며 네가 올 때 순교자들이 너를 영접해 거룩한 도시 예루살렘으로 너를 인도할 것이다"라는 라틴어 노래를 끝으로 장례 미사는 마무리된다.
미사를 마친 관은 '교황의 신사들'로 불리는 교황 수행원들의 어깨에 실려 다시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운구된다.
대성전 내 좁은 계단을 내려가 지하 묘지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안식을 얻게 된다.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는 역대 교황 91명이 안장돼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2011년 지하 묘지의 위층으로 이장한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안장됐던 묘역에서 안식을 찾게 될 예정이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관은 안장 전, 붉은색 끈으로 봉해진다. 그 위에는 교황과 바티칸의 인장이 찍힌다.
이 관은 아연관 속에, 아연관은 다시 나무관 속에 넣어져 삼중관으로 입관된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장례 미사에는 추기경 120명, 주교 400명, 성직자 4천명을 포함해 6만여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가 현직 교황이 아닌 점을 고려해 바티칸이 속한 이탈리아와 전임 교황의 모국인 독일 대표단만 공식 초대했다.
필리프 벨기에 국왕과 소피아 스페인 왕대비를 비롯해 전 세계 13개국 지도자들이 개인 자격으로 장례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나라는 주교황청 대사가 자국을 대표해 장례 미사에 참석한다.
우리나라는 오현주 신임 주교황청 한국 대사가 우리 정부를 대표해 장례 미사에 참석한다.
염수정·유흥식 추기경과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와 사무국장인 신우식 신부 등도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장례 미사에 참석,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마지막 길을 지켜볼 예정이다.

changyong@yna.co.kr, cel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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