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갑작스럽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3년간 '제로 코로나'의 선봉에 서왔던 방역 요원 수백만 명이 졸지에 실직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5일 전했다.
그간 중국은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일상화하면서 도처에 검사소를 설치했다. 자연히 검체를 검사하는 회사도 성황을 이뤘고, 관련 검사 기구와 방역 장비에 대한 수요도 엄청났다.
중국 방역 당국 지침에 따르면 도시들은 인구 2천∼3천명 당 PCR 검사 장소를 1개 이상 마련해야 하며, 각 장소 당 4∼5개의 검사 부스를 설치해야 했다. 또 검사 부스 별로 8∼10명의 의료 자격증을 가진 검사관과 4∼5명의 보조 인력을 둬야 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당국이 PCR 전수 검사를 폐지하고 대단위 봉쇄도 금지하는 등 방역을 대폭 완화한 후 이들 PCR 검사소가 가장 먼저 사라지기 시작했고, 관련 종사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산시성 시안의 약사 자오융강 씨는 지난해 5월부터 베이징의 PCR 검사소에서 일했다. 당국이 방역 완화를 발표하자 그를 고용한 회사는 검사 장소를 100개에서 7개로 축소했고, 그의 근무 시간과 임금은 반토막이 났다.
자오씨는 SCMP에 "점점 더 검사 장소가 줄어들고 있다"며 "적당한 직업을 찾을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의료 종사자, 실험실 요원, 임시 직원과 경비 등 흰색 방호복을 입고 있어 '다바이'(大白)로 불린 이 거대한 방역 군단은 이제 새로운 작업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예전 일자리로 돌아가지만, 대부분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을 위한 PCR 검사를 수행해온 한 회사의 기술자는 당국이 방역 완화를 발표한 직후 회사가 신속항원검사 키트 조달과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속항원검사 키트 판매를 가장 먼저 시작한 이들은 바로 PCR 검사를 하던 이들"이라면서도 이미 감염 정점을 지난 베이징의 신속항원검사 키트 시장은 포화됐고 가격은 급속히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허베이성의 PCR 검체 실험실 직원 샤오위씨는 당국이 방역 완화를 발표한 후 회사로 들어온 검체 수가 80% 급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기본적으로 매일 돈을 잃고 있다"며 "우리는 곧 검사를 중단할 계획이다. 방법이 없다. 정책 변화가 우리에게는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마스크, 검사 튜브, 면봉, 소독제, 개인 방호 장비 등 이제는 필요 없는 의료용품의 재고가 산처럼 쌓이는 것도 문제다.
중국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는 이들 용품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올라와 있다.
이미디어리서치의 장이 분석가는 "팬데믹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더 많은 고용주가 사업을 재개할 것이고 그들은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임시직을 제공하는 검사 회사가 아니라 그들이 노동시장의 주요 고용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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