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 당사국 UAE 등 반발…안보리 회의 소집 요구도
네타냐후의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 공약도 급제동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신정부에 참여한 극우 성향 장관의 동예루살렘 성지 도발로 최근 몇 년간 중동의 외교·안보 지형 변화에 영향을 미친 '아브라함 협약'이 갈림길에 섰다.
'아브라함 협약'이란 지난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가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것을 말한다.
과거 자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던 아랍권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은 이후 협정을 확장하기 위해 힘써왔다.
이란을 견제해온 미국은 우방인 이스라엘을 축으로 이란과 세력 경쟁을 하거나 이란의 군사적 도발을 경계하는 중동 국가들을 잇는 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기도 했다.
2020년 당시 이스라엘 지도자로 아브라함 협약 체결에 앞장섰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로 이란과 중동에서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정상화해 아브라함 협약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부의 아브라함 협약 확장 시나리오는 연정 출범 직후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타냐후 연정에 참여한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이 이슬람교의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한 것이 불씨가 됐다.
아랍권의 강력한 반발 속에 네타냐후가 아브라함 협약 확장의 지렛대로 삼으려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이미 협약에 참여한 UAE까지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특히 UAE는 중국과 함께 벤-그비르 장관의 성지 도발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아브라함 협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과 경제, 외교,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해온 UAE와 바레인, 그리고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는데 이스라엘의 협력이 필요한 사우디가 극우 세력의 도발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예루살렘 성지와 팔레스타인이라는 대의가 이스라엘에 대응해 아랍권 국가를 집결시키는 힘도 과거보다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아브라함 협약에 발을 담그지 않은 아랍권 국가들의 눈치도 봐야 하는 UAE나 바레인 입장에서는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도발이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사우디의 걸프-이스라엘 관계 전문 분석가인 아지즈 알가시안은 로이터 통신에 "UAE와 바레인은 이스라엘과 관계를 시험하는 현 이스라엘 정부를 선호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분쟁이 생긴다면 외부의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 인사들의 도발이 성지 방문에서 그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유럽외교협회(ECFR)의 휴 로바트 선임정책연구원은 "팔레스타인을 병합하거나 동예루살렘 성지 규칙을 흔드는 시도는 아브라함 협약을 유지하고 새로운 구성원을 찾으려는 이스라엘의 능력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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