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송은경 홍유담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6일 시장 눈높이를 한참 밑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메모리 반도체 감산 기대감이 본격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에 삼성전자 주가도 어닝쇼크에 따른 실망 매물이 쏟아지는 대신 오히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직전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천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70% 가까이 급감하는 실적충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가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 6조2천400억원보다도 31.2%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실적충격의 주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001200]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4분기 어닝쇼크는 반도체 경기 악화의 영향이 제일 컸다"면서 "반도체 부문에서 재고 평가 손실이 일부 반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매출은 그럭저럭 잘 나왔음에도 이익이 안 났다는 것은 반도체 부문의 마진이 부진했다는 뜻"이라며 "반도체 부문에서 단가가 하락하고 수요가 감소한 상황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실적 부진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 속에 실적 부진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메모리 감산 가능성에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다.
지난해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며 글로벌 업체들이 속속 감산과 투자 축소를 결정해왔으나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승우 센터장은 "현재 시장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올해까지는 '실적이 얼마 나올 것이다'라는 예상이 큰 의미가 없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빨리 재고를 줄여 내년에 이익 개선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현재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일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지 않는다면 지금의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침체기)은 더욱 늘어지고, 그나마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승택 센터장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안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실적부진으로 인해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 투자를 축소할 거란 기대치는 올라갔다"고 평가했다.
이런 기대감 속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강보합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11시 3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52% 오른 5만8천500원에 거래되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37% 상승한 5만9천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반도체(DS)와 디스플레이(SDC)의 실적 부진을 어느 정도 상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DS 부문은 메모리 가격 하락과 출하량 부진이 계속되고 SDC는 수요 비수기 진입으로 전 분기보다 실적이 줄어들 것"이라며 "그러나 DX부문 실적이 갤럭시S23 등 신제품 출시 효과로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4조7천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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