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영업익 삼성 69%·LG 91% 급감…역대 최대 매출에도 빛 바래
글로벌 공급망 위기 계속돼 실적 부진 당분간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나란히 어닝쇼크(실적 충격)에 빠졌다.
한국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양사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천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8천억원)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2022년 연간 매출액은 301조7천억원으로 전년(279조6천억원)보다 7.9% 증가했다. 삼성전자 연 매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7천453억원)보다 91.2% 감소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천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1조8천597억원으로 전년 동기(20조7천억원)보다 5.2%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전체로도 매출 83조4천695억원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의 기존 최대 매출(73조9천억원)을 경신했다.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이런 연간 매출 신기록은 4분기 실적 쇼크로 양사 모두 빛이 바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주력인 메모리 사업의 경우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4분기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재고 증가에 따라 메모리 가격 하락 폭도 당초 전망보다 확대됐다.
특히 이날 잠정 실적 발표 후 증권사들이 제시한 작년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도체는 그동안 최소 5조원 이상 분기 수익을 내며 삼성 실적을 받쳐온 버팀목이었다.
LG전자 역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으로 제품 수요가 줄어든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마케팅 비용 증가, 4분기 원/달러 환율 급락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와 고물가·고금리 상황, 글로벌 경기 침체는 올해도 쉽게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실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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