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3단체 "가격 되레 오를 것"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홍국기 기자 = 정부가 휘발유 도매가를 공개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석유업계가 일제히 반발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유류를 보내는 공급가를 오픈하라는 건 영업비밀 침해란 주장이다.
소비자는 주유소 사인판에서 기름 소매가를 알 수 있지만, 주유소에 얼마로 들어오는지는 '깜깜이'다. 해당 주유사와 정유사만 안다는 얘기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6일 국무조정실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개정안이 반시장적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등 판매가격을 대리점·주유소 등 판매대상과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유사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에도 인하분이 석유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정유사·주유소 마진으로 흡수됐다는 주장도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9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달 말 총리실 규제심사위 심사를 앞뒀다.
석유 3단체는 "경쟁을 통한 가격정보 투명화 및 하향 안정 취지와는 달리 경쟁사의 가격정책 분석이 가능해져 오히려 경쟁제한이나 가격의 상향 동조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격 공개가 확대되면 정유사가 경쟁사의 가격 패턴을 분석해 가격을 올리거나 올린 가격에 맞추는 동조화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석유업계는 주장했다.
또 가격이 다른 공급자에게 제공되면 사실상 정보교환이 가능해져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 3단체는 "유류세 인하분은 이미 정유사 단계에서 모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유류세를 3차례 인하함에 따라 정유사도 인하분을 즉각 공급가에 100% 반영했고 정부의 점검 결과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하려는 가격 공개는 이미 2011년 총리실 규제개혁위에서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철회된 바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안정을 위해 정유사의 도매가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주유소가 정유사에서 기름을 살 때 도매가를 모르는데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위해 최소한 지역별로 판매되는 평균 도매가는 공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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