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 붕괴후 지휘봉 잡은지 31년만에…"건강상태 악화"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80)이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31년째 역임해온 베를린 시립오페라 음악총감독에서 물러난다.
바렌보임은 6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안타깝게도 나의 건강상태가 지난해 뚜렷하게 악화됐다"면서 "이에 따라 음악총감독직에 요구되는 일을 더는 해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이달 말에 직위에서 물러나는 데 대해 이해를 부탁한다"면서 베를린시 문화국장에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클라우스 레더러 베를린시 문화국장은 "바렌보임 감독의 결정을 최대로 존중하지만, 그만큼 아쉽다"면서 "바렌보임 감독은 세기의 예술가이자, 베를린에서 활약해온 가장 중요한 인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바렌보임은 지난해 신경계통 질환으로 여러 차례 공연을 취소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베를린시립오페라에서 비록 앉은 채였지만, 지휘봉을 들었고 새해 첫날에도 전통에 따라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무대에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나 10살 때 가족과 함께 이스라엘로 이주한 바렌보임은 런던, 파리, 시카고 등에서 활약해오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 1992년부터 31년째 베를린 시립오페라 음악총감독을 맡고 있으며, 20년째 시립관현악단(슈타츠카펠레) 종신 지휘자로 활약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 초 최대한 건강회복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당분간 무대에 서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앞서 그는 지난해 2월 척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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