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변호비 명목이지만 사용처 불투명 지적도…"기막힌 돈벌이"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극우 세력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 불만을 품고 지난 2021년 1월 6일 연방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들을 돕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극우 지지자들은 난입 사태로 기소된 932명을 지원하기 위한 기도 모임과 편지쓰기 캠페인을 하고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다.
극우층은 난입 사태 2주년인 이날 밤 콜로라도, 코네티컷, 플로리다, 조지아, 아이다호,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등지에서 촛불 기도회를 계획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기소된 이들이 재판을 기다리는 동안 구금된 워싱턴DC 구치소 밖에서 밤마다 촛불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WP는 기독교계 온라인 모금사이트 '기브센드고'(GiveSendGo)의 공개 계정을 분석한 결과 폭도들이 지금까지 370만 달러(약 47억 원)를 넘게 모금했다고 밝혔다.
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설립된 여러 단체에서도 수백만 달러를 모았다.
일례로 경찰을 야구방망이로 때린 혐의로 기소된 에드워드 랭의 가족은 기브센드고를 통해 33만5천 달러를 모금했으며 현재 감옥에 있는 랭은 인터뷰 요청과 팟캐스트 일정을 관리하기 위해 개인 비서까지 두고 있다.
폭도들은 출입이 통제된 정부 시설에 무기를 들고 들어가 경찰을 공격하고 정부 재산을 손괴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극우층의 시각에서 이들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용감한 애국자이자 '양심수'다.
난입 사태를 조사한 하원 특별위원회의 고문으로 활동한 덴버 리글먼 전 하원의원은 "극우는 1·6 사태라고 하면 박해받는 정치범과 평화로운 애국자를 자동으로 떠올린다"며 "정치적 이견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 모금은 수감자 가족에 생계비를 지원하고, 변호사 비용을 댄다는 명목으로 이뤄진다.
기브센드고에는 수감자 가족들이 집을 잃거나 사업을 폐업하고 그동안 저축한 돈을 변호비로 소진했다는 슬픈 이야기들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WP는 모금액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투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리글먼 전 의원은 "다들 수감자들을 위해 돈을 모은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이건 그냥 돈을 벌 기막힌 기회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을 공격한 죄로 징역 5년 3개월과 벌금 2만 달러를 선고받은 로널드 샌드린은 변호비 명목으로 온라인에서 모금한 2만1천 달러 중 1만3천500달러를 교도소 내 매점과 식당, 통화, 넷플릭스 시청에 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판사는 그에게 남은 모금액을 벌금을 내는 데 사용하라고 명령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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