겐스바인 대주교가 집필한 책 '오로지 진실만을' 출간 예정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영면에 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오랜 개인 비서였던 게오르그 겐스바인(66) 대주교가 곧 출간될 책에서 전임 교황과 후임 교황이 긴장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6일(현지시간) 겐스바인 대주교가 종교전문기자 사베리오 가에타와 공저한 책 '오로지 진실만을-베네딕토 16세 곁에서의 내 삶'의 사본을 입수해 이 중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탈리아 피에메 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오는 12일 현지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이 책에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과 프란치스코 현 교황이 낙태, 동성애, 라틴어 미사 등 여러 이슈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였으며, 이로 인해 두 교황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고 밝혔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부 개혁적인 결정에 대해 보수적이고 원칙주의자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놀랐다거나 비판하고 실망감을 느꼈다는 표현을 썼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거의 20년 동안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보좌한 겐스바인 대주교는 그가 보고 들은 진실을 있는 그대로 썼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증명하기란 어렵다.
6세기 만에 베드로의 왕좌를 포기한 최초의 교황인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자진 사임 후 바티칸에 위치한 한 수도원에서 지내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말은 전언으로만 존재했고,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추기경 신분일 때인 2003년부터 개인 비서를 지낸 겐스바인 대주교가 거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뒤 첫 7년 동안 교황궁내원장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개인 비서라는 두 가지 직책을 유지했다.
교황궁내원장은 교황궁 실무와 교황 의전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일반·특별 알현 때 교황을 '그림자 수행'하는 것도 교황궁내원장이다.
그러나 겐스바인 대주교는 2020년 2월부터 프란치스코 교황 의전 현장에서 돌연 사라졌다.
당시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그해 1월 출간된 책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던 시기였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이 책에서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심각한 사제 부족 현상을 빚는 남미 아마존 등에 사제독신제의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프란치스코 현 교황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가톨릭 교계 안팎의 큰 주목을 받았다.
책을 집필한 로버트 사라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가 공동 저자라고 말했지만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은 그런 내용을 쓰지 않았다며 공저자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이 일로 인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교황궁내원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에게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고 병든 베네딕토를 온종일 돌보라고 명령했다"고 썼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그의 복직을 호소하는 편지를 2통 썼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에서 물러난 후 스스로 '명예 교황'이라는 호칭을 부여해 교황 시절 이름을 그대로 쓰고 교황의 전통적인 흰색 수단을 계속 착용했다.
이를 두고 교황청 안팎에선 겐스바인 대주교가 권력을 잃지 않기 위해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을 배후에서 부추긴 것이라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선종한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은 지난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장례 미사 뒤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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