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설 면적, 한반도·영국보다 큰 25만㎢…"전쟁피해 70%는 민간거주지, 조기 종전 모든 노력"
"러 점령지 절반 넘게 수복, 원래 국경 완전 회복할 것"…러 제재 강화·국제기구 퇴출 요구
"한국에 감사, 전후 재건·전기차 분야 등 협력 희망…지뢰제거 경험·기술·장비 도움 받고 싶다"
(키이우[우크라이나]=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가 자국을 세계 최대 규모 지뢰오염지로 만들었다면서 지뢰제거 작업 등에 있어서 한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슈미할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도심 관공서 밀집 지역인 미하일로 흐루셰우스키 거리에 위치한 키이우의 정부 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자국을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고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영토의 완전한 수복을 통한 전쟁 종식 의지를 밝혔다.
슈미할 총리가 전쟁 발발 이후 아시아 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취임 후 2년반이 넘는 재임 기간 아시아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한 것 역시 처음이라고 우크라이나 총리실측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원집정부제 정부 형태를 갖고 있어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외교·국방 등 최고 권한을 갖고 있으며, 총리는 정부수반으로서 대통령을 보좌해 행정부를 총괄한다.
슈미할 총리는 인터뷰에서 "제일 위험하고 어려운 문제는 러시아에 의한 지뢰 매설 문제"라며 "전쟁 후 우크라이나에 25만㎢ 규모의 지뢰 지대가 생겼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뢰 지대"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주력 산업 중 하나인 농업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뢰 제거 작업에서도 풍부한 경험과 기술, 장비 등을 갖춘 한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5만㎢는 한반도 전체(약 22만1천㎢)보다 큰 것은 물론, 라오스와 루마니아(각각 약 23만8천㎢), 영국(약 24만4천㎢)보다도 큰 면적이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무차별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지뢰가 아니어도 민간 지역에서 전쟁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하고 있다.
슈미할 총리는 "러시아는 주민 밀집도가 높은 지역의 기반시설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피해의 70%가 민간 주거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학단지나 제철공장 등 산업단지, 교통 인프라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11차례의 대규모 공습, 14차례에 걸친 드론 공습으로 인해 국가 전체 전력 인프라의 50%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미사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지 않은 우크라이나 발전소는 단 한 곳도 없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전력 인프라를 없애고, 주민들에게 심적 압박을 가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떠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할 총리는 올해 전쟁에 따른 경제 손실액 합계가 지난해 6월 기준 3천500억 달러(약 446조 원)에서 7천억 달러(약 893조 원)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전쟁에도 불구,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돌아가고 있다"며 "정부는 모든 급여와 연금을 지연 없이 지급하고 있다. 우리는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을 위한 보조금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쟁이 장기전이 돼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슈미할 총리는 "우리도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철저히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를 상대로 한 가스 및 석유 무역 제재와 무기 및 관련 부품의 공급 차단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모든 글로벌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가 옛소비에트연방(소련) 시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를 승계한 것은 불법이라면서 러시아를 모든 국제기구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슈미할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전력과 도로, 상수도 등 인프라를 복구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쟁 종료 시점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모든 땅을 되찾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제재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무기 지원을 통해 가능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이 꾸준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슈미할 총리는 향후 탈환 목표 지역이나 구체적 전략에 대해선 함구하면서도 "러시아는 수만명씩 인명피해를 감수하며 전면전을 벌이지만, 우리는 그런 전략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러시아와 달리 사람을 지키는 방법부터 전략을 세운다"고 했다. 이어 "전쟁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에 빼얏긴 영토의 54%를 되찾았고, 이번 겨울이든 언제든 점령지는 계속해서 수복할 수 있다"며 "영토 탈환도 중요하지만 되찾은 영토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전선 후방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슈미할 총리는 지난해 말 한덕수 국무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도 환기,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힘을 합쳐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대규모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준 데 대해서도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액은 총 1억 달러(약 1천280억 원)에 달한다.
슈미할 총리는 양국 경제 협력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전후 국가 재건 사업, 자동차 산업 등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했다.
그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는 데 관심이 있으며,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장 건설을 하고 싶다"며 "우크라이나인들은 고품질의 전기차를 사길 원하고, 우리는 이러한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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