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무장군인 철통경계 '작전사령부 방불'…곳곳에 모래주머니로 방어태세
행정중심지부터 전시체제 전환…젤렌스키처럼 총리도 군복에 전투화 차림
(키이우[우크라이나]=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국가의 존망을 걸고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행정 중심지부터 전시 체제로 전환한 모습이었다.
지난 6일(현지시간) 키이우 중심가 흐레샤티크 거리에 위치한 시청 청사는 건물 입구가 위장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위장막 아래로는 하얀색 모래주머니가 언뜻 보였다.
위층의 사무실 창문 안에도 모래주머니가 잔뜩 쌓여 있거나 여러 비품이 쌓여 있는 등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었다.
이 같은 풍경은 우크라이나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정부 청사 건물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지난 5일 데니스 슈미할 국무총리와의 인터뷰를 위해 찾은 정부 청사의 풍경은 철통 경계 이상으로 삼엄했다.
청사를 약 100m 앞둔 곳에 도달하자 완전 무장한 군인들이 취재진의 신분과 방문 목적을 간단하게 확인한 뒤 차량을 옆 골목으로 세울 것을 요구했다.
잠시 후 사전에 조율한 우크라이나 총리실 직원이 도착하자 군인들은 여권과 취재진 신분을 재차 체크한 뒤 청사를 향해 도보로 이동하도록 했다.
청사 건물 1층에는 출입구가 여럿 있었는데 모두 얼룩무늬 위장막으로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그 아래로는 언제든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역시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가자 금속 탐지기와 회전식 게이트가 설치돼 이곳에서 모든 출입자의 신원과 소지품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곳 근무자가 취재진의 모든 소지품, 그리고 노트북과 취재 장비를 담은 가방을 샅샅이 확인한 뒤에야 금속 탐지기와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뒤이어 들어오는 정부 또는 국회 등 소속 직원이 신분증을 제출하자 모니터에 해당 인물의 사진과 소속, 직책 등 정보가 뜨는 모습도 보였다.
청사 복도의 모든 조명이 완전히 꺼져 있는 등 한낮인데도 실내는 깜깜했다. 빛이라고는 사무실의 창문과 문틈으로 새 나오는 불빛이 전부였고,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누군지도 바로 코앞이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동행한 총리실 직원은 "전국에서 순환 정전이 실시되고 있으며, 정부 청사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도 전력을 아끼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명을 끄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한 열악한 전기 상황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무실 창문마저 블라인드를 치거나 각종 포스터와 책 등으로 막아놓은 것을 볼 때 이런 이유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리와의 인터뷰를 위해 어두운 계단을 더듬듯 이동한 장소는 군복을 입은 이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군 작전 사령부를 방불케 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소지품을 완전히 검사하고 금속 탐지기를 통과한 뒤에야 인터뷰 장소인 회의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등장한 슈미할 총리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군복에 전투화 차림이었다.
슈미할 총리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정부 요인들은 보안상 이유로 사무실 위치도 종종 변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계엄령이 유지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행정부의 모습은 군사 요새 그 자체였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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