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차'로 우크라 지원 이끈 마크롱…주도권 넘긴 수낵

입력 2023-01-07 23:41  

'경전차'로 우크라 지원 이끈 마크롱…주도권 넘긴 수낵
무기 제공 꺼리던 프랑스, 서방 첫 전차 지원 결정…미·독 잇따라
'AMX-10RC' 전차냐 논란 있어…영국은 유럽과 관계개선으로 만족하나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전차를 제공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주도적으로 나섰지만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뒤로 물러난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경전차 AMX-10RC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방 국가가 전차를 우크라이나군에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일 가장 의외의 인물이 레드라인을 넘어 군사 금기를 깼다고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한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고 했으며, 지난해 여름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욕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가 우크라이나의 비난을 받았다.
그는 또 전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므로 전차 등 특정 무기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AMX-10RC가 전차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AMX-10RC는 정찰용으로 설계돼 가볍고 빠르지만, 현대 전차 공격을 견뎌내지 못한다.
또 포가 1980년대 소련 전차 제거 목적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최신 러시아 전차에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논란이 큰 지점은 AMX-10RC에 무한궤도가 아니라 일반 차량처럼 바퀴가 달렸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소음은 적지만 늪지대나 거친 지형 등 험지 돌파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은 AMX-10RC가 전차 기준에 미달한다고 보겠지만 경계는 흐릿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이 AMX-10RC를 경전차로 부른 건 독일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부터 세계 최고 전투 전차인 독일 레오파드를 원했다. 레오파드 전차는 현재 유럽 13개국에서 2천 대가량 보유하고 있다.
독일은 그동안 전투 전차를 제공한 국가는 없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거절해왔다.
그러나 프랑스가 AMX-10RC를 지원하자 독일도 뒤따라 레오파드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1970년대부터 독일 연방군 주력이던 마더 장갑차를 보내기로 했다.
미국도 브래들리 장갑차를 제공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에 가장 앞장섰던 영국은 뒤로 빠졌다고 텔레그래프가 꼬집었다.
작년 2월엔 프랑스와 독일이 러시아가 침공할지를 두고 고민하던 때, 영국은 이미 대전차미사일을 보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수낵 영국 총리는 올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작년과 같거나 그보다 많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최근 그에 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고도 전했다.
토비어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장은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에 우크라이나 지원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촉구하면서 전투 탱크를 보내면 지도력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수낵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연합(EU)과의 관계가 가까워졌기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권을 가지는 걸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영국은 지금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협정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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