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운영 재개한 홍콩 록마차우 검문소에 여행객들 몰려
페리 터미널은 한산…홍콩 측 중국 여행객 환영 선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3년 만에 집에 갑니다. 너무 기뻐요. 그동안 가족을 못 봐 슬펐어요."
중국 선전 출신 앤젤라(26) 씨는 8일 홍콩 록마차우 검문소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은 읽기 어려웠지만, 들뜬 목소리에는 무척 기뻐하는 느낌이 묻어났다.
그는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이날 오전 7시대 록마차우행 지하철에 탄 수많은 여행객 중 한 명이었다.
해당 지하철 안에서는 3년 만의 검문소 운영 재개에 대한 규칙을 적은 안내판을 든 보안 직원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안내판에는 중국으로의 입경을 위해서는 48시간 내 PCR(유전자증폭) 음성 증명서 등이 필요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오전 7시 40분께 도착한 록마차우 역에는 수많은 여행객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운영을 중단한 록마차우 검문소는 선전과 맞닿아 있다.
여전히 운영이 중단된 로우 검문소와 함께 지하철로 연결되는 까닭에 팬데믹 이전에는 가장 많은 여행객이 이용한 검문소다.
1시간여 지나자 여행객은 더 늘어났고 자동 검색대의 줄은 길게 이어졌다. 자동 검색대를 이용할 수 없는 소수만이 한쪽에 마련된 직원이 수속하는 검색대를 이용했다.
여행객들은 빨리 수속하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고, 기자의 질의에는 대부분 "지금 바쁘다"고 대꾸했다.
현장에는 수많은 경찰과 보안요원이 배치됐고, 3년 만에 열리는 검문소 취재를 위해 홍콩 취재진도 대거 몰려들었다.
중국과 홍콩은 이날 3년 만에 격리 없는 인적 왕래를 재개했다.
이날부터 양측은 접경지역 7개 검문소를 통해 하루 총 6만 명씩 양방향 여행객의 입경을 허용했다.
양방향 여행객들은 나란히 출발 48시간 전 PCR 음성 증명서만 제시하면 된다. 다만 예약 사이트를 통해 이용할 검문소와 날짜, 시간을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홍콩 쪽에서는 선전만·록마차우·만캄토 등 3개 육로 접경소를 통해 하루 5만 명씩, 홍콩 국제공항·페리 터미널·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를 통해 하루 1만 명씩 중국으로 여행할 수 있다.
중국과 홍콩 모두 록마차우(중국 쪽 푸톈 검문소)에 육로 여행객의 70%를 배정했다.
다만 오전 9시 현재 중국 쪽에서 넘어오는 여행객은 많지 않았다.
홍콩 여행객들이 출경하는 층과 중국 여행객들이 입경하는 층은 구분돼 있으며, 중국 여행객들이 입경하는 입구에서는 지하철역 직원들이 마스크와 소독제 등으로 꾸려진 작은 선물을 나눠줬다.
록마차우 지하철역 직원은 "오전 6시 30분에 문을 열었는데 홍콩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여행객은 많은 반면 중국에서 홍콩으로 오는 여행객은 많지 않았고 산발적으로 드문드문 들어왔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중국에서 홍콩으로 입경을 신청한 여행객은 6천600여 명이며, 이 가운데 3천800명이 이곳 록마차우 검문소를 통한 입경을 선택했다.
오전 11시께 찾은 침사추이의 중국 페리 터미널은 한산했다. 셩완의 마카오 페리 터미널과 함께 중국 페리 터미널도 이날 3년 만에 문을 다시 열었다.
이날 중국행 페리는 총 5편 운항하며 첫 페리에는 70명이 탑승했다. 육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경객은 적었다.
오전 11시 30분께 도착한 페리에서 처음 20여 분간 내린 승객은 일가족 3명뿐이었다. 홍콩 측 직원들이 줄 지어선 채 대기하며 중국 여행객들에게 환영 선물을 안겼다.
현재 홍콩 쪽 사이트에서는 3월 4일까지 예약이 열려있다.
지난 5일 저녁 예약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오는 21일 시작되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직전인 19∼20일에 대한 예약은 바로 마감됐다.
홍콩에는 총 14개의 입경 검문소가 있으나 지난 3년간은 홍콩 국제공항, 선전만, 홍콩-주하이-마카오 대교 등 3개 검문소만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날 록마차우, 만캄토와 두 개의 페리 터미널 검문소 등 총 4개의 검문소가 추가로 운영을 시작했다.
홍콩 정부는 오는 15일께 중국과 고속철 운행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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