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지령받아 첩보원 신원 등 기밀 유출…"양심 따라 행동한 것" 항변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냉전 시절 공산국가 쿠바와 내통하며 이중첩자로 활동한 혐의로 수감됐던 미국 국방정보국(DIA) 고위관리 출신 아나 벨렌 몬테스(65)가 복역 20여 년 만에 풀려났다고 로이터 통신과 영국 스카이뉴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연방교정국(BOP)에 따르면 몬테스는 지난 6일 석방된 것으로 확인된다.
몬테스는 DIA 관리로 일하던 2001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미국 비밀첩보원 4명의 신원을 비롯한 각종 기밀 정보를 쿠바 측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몬테스가 당시 쿠바에 넘긴 기밀 정보는 미국의 다른 적성국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에서 간첩 모의 혐의를 인정한 몬테스는 이듬해 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중남미 쿠바섬에 인접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혈통인 몬테스는 미 법무부에서 일하던 1979∼1985년 쿠바 정보당국에 포섭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바 측이 "더 유용한 정보가 있는 조직으로 옮기라"고 요구하자 몬테스는 1985년 DIA에 입사, 초고속 승진을 거쳐 쿠바 담당 분석관 최고위직에 올랐다는 것이다.
몬테스는 DIA 재직 기간 쿠바 측이 일련의 숫자로 암호화해 단파 라디오로 전송한 지령을 받고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몬테스에 대한 조사 과정에 참여했던 크리스 시먼스 전 DIA 수사관은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역사적으로 많은 공작원이 정보를 팔아넘겼지만, 몬테스의 경우 많은 미국인을 죽음의 위기에 빠트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몬테스는 매우 치명적이고 위험한 인물"이라고 언급했다.
선고 공판 당시 재판부도 몬테스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몬테스가 미국 시민과 국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몬테스는 재판에서 "나는 양심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며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잔인할 뿐 아니라 불공정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가치와 정치적 시스템을 강요받던 쿠바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을 도와야겠다는 도덕적인 의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몬테스는 당시 판결에 따라 석방 이후에도 5년간 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 기간 인터넷 접속 내역이 감시당하며, 정부 기관에서 일하거나 사전 허가 없이 해외 정보요원들과 접촉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국은 공산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에 대해 각종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일부 제재가 완화됐으나, 냉전 시절부터 이어져 온 금수 조치가 유지되는 것은 물론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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