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수천명 참여…분열 조장·사법부 무력화 시도 등 성토
'범죄 총리' 구호·팔레스타인 깃발도 등장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신정부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와 종교적 도발이 이어지자 시민들이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이 참여한 2차례의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는 이스라엘 내 유대계와 아랍계의 평등권 옹호 단체인 '스탠딩 투게더'(Standing Together)와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변호사협회 등이 주도했고, 이에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과 노동당 등 좌파 정당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지난달 말 네타냐후 주도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시위에서 시위 참가자들은 유대계와 아랍계 간 갈등 조장, 최고 법원인 대법원을 의회에 종속시키려는 입법 시도 등을 성토했다.
좌파 정당 하다시의 아이만 오데 대표는 네타냐후 정부를 '파시스트'로 규정하면서 "그들은 우리를 갈라놓으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비 히미 변호사협회장은 사법개혁을 주도하는 야리브 레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그의 입법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 사법부 독립과 시민권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참가자들의 손에는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 '파시즘과 인종차별주의에 함께 맞서자' 등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었고, 일부 참가자는 최근 몇 년간 네타냐후 퇴진 시위에서 사용됐던 '범죄 장관'(Crime minister) 깃발을 다시 꺼내 흔들었다.
팔레스타인 깃발, 성 소수자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도 등장했다.
네타냐후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의 첫 번째 임기에 이어 2009년 3월 31일 이후 4차례 연속 12년 2개월여간 집권한 이스라엘 우파의 상징적 인물이다.
그는 2021년 3월 총선 이후 우파 정부를 구성하지 못해 실권했다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들의 약진에 힘입어 크네세트(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해 재집권했다.
네타냐후는 자신의 재집권에 결정적 역할을 한 극우 정당 지도자들에게 팔레스타인 관할권을 주고, 범죄 전력을 가진 보수 유대 정치연합 지도자를 입각시키기 위해 법을 개정했다.
연정 출범 이후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슬람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해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했다.
그는 성지 내에서 유대교도의 기도와 예배를 금지하는 규칙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또 네타냐후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레빈 법무부 장관은 크네세트 과반 의석을 확보한 우파가 사법부까지 장악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제안해 논란을 불러왔다.
그의 제안에는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을 크네세트가 과반수 의결로 뒤집고, 대법원의 사법심사(국가기관의 행위, 특히 행정기관의 행위에 대한 적법성 심사)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는 부패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의 처벌 방지는 물론,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확장 및 서안 병합, 성 소수자 차별 등 네타냐후 정부가 제시한 논란의 정책 강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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