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부에서 세 얻어 근무 중인 직원 이주하면 오히려 절약" 반박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건설비용이 최대 10억유로(1조3천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독일 총리실 증축공사가 곧 시작된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계획된 증축 공사지만, 신호등(사회민주당-빨강·자유민주당-노랑·녹색당-초록) 연립정부 내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러온 경제위기 와중인 만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독일 총리실은 오는 2028년까지 현행 총리실에서 슈프레강 건너 맞은 편에 원형 형태의 부속건물을 증축할 예정이라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이 전했다.
메르켈 전 총리 시절 세워진 증축공사 계획에 따르면 두 건물을 잇는 터널 조성과 침수 예방 조처, 방수 콘크리트 사용, 5G 네트워크 설치 등을 감안하면 당초 6억유로(약 8천억원) 규모로 추산됐던 공사비용은 10억유로(약 1조3천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건축비용이 상승했고, 이자비용 등이 들기 때문이다.
부속건물이 증축되면 현재 770명의 총리실 직원 중 외부에 머무는 3분의 1에 달하는 직원들이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직원 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된 총리실 본관 내부에 사무공간이 없어 외부에서 세를 살고 있다.
이에 더해 어린이집과 새 헬기장도 건설이 계획돼 있다. 아울러 독일 연방정보부(BND)도 입주할 계획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증축공사를 위한 계획이 아주 오래전 시작돼 이미 상당히 진척된 만큼, 끝까지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연립정부 내부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조된 경제위기 와중에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잔드라 베저 독일 연방의회 건설위원장(자민당)은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숄츠 총리는 대규모에 비용도 많이 드는 증축공사를 중단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경제적으로 위기상황이어서 수많은 국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어야 했던 만큼, 정부가 좋은 모범을 보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얀 마르코 루착 기민당 건설정책담당 원내대변인은 "기업과 국민들이 에너지 가격과 물가 상승세 때문에 신음하고 있고, 일부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와중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화려한 증축공사는 정치적으로 잘못된 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정부는 총리실을 증축하면 외부에서 세를 얻어 근무 중인 직원들이 입주할 수 있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호화 증축이 절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총리실 증축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부속건물 건축비용은 본관을 넘어서게 된다. 2001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당시 처음 입주한 총리실 본관의 건축비용은 5억4천만유로(약 7천200억원)였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