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에너지·마약 등 핵심 의제…양자 회담도 잇따라 개최
美의 '불법이민자 즉각 추방' 확대에 대한 멕시코 대응 주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멕시코·캐나다 등 북미3국 정상이 1년여 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9∼1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초청해 3국 정상회의를 한다. 정상들은 양자 회담도 병행해 진행한다.
국경을 각각 맞댄 이들 3국의 정상회의는 '3'을 뜻하는 영어와 친구라는 뜻의 스페인어를 사용해 '쓰리 아미고스'(세 친구)라고도 불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시절인 2005년 시작돼 2016년까지 1∼3년에 한 번씩 꾸준히 열리다가 2017∼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양국과의 마찰 등으로 중단됐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021년 11월에 5년 만에 재개됐다. 회의는 돌아가면서 개최하고 개최국 정상이 다른 두 정상을 초청해 주최하는 형태로 열린다.
이번이 10차인 올해 회의에서는 세 나라 협력과 결속 강화라는 일반적인 의제에 더해 이민·마약 밀매·에너지 등처럼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쟁점도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 중 하나인 중남미 불법 이민자 대응과 관련,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행렬을 막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 당시 시행한 이른바 '타이틀 42' 정책의 확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또 다른 당사자인 멕시코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멕시코시티 방문 전 텍사스 엘패소 국경을 들러 불법 이민자 상황을 직접 살피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질서 있는 이민' 법적 경로 안착을 위해 멕시코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에서 연간 1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는 펜타닐을 비롯해 마약 밀매와 싸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도출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지난 6일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마약 공급망과 카르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번 회의 주제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에서는 '정상회의와의 연관성'을 공식 부인했지만, 최근엔 미국 내 펜타닐 주요 공급처 중 하나인 시날로아 카르텔의 실권자이자 마약왕 '엘 차포'의 아들이 멕시코 군경의 대대적인 체포 작전 끝에 검거되기도 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저촉 여부를 두고 분쟁 양상을 보이는 멕시코의 에너지 관련 자국 기업 보호 강화 정책 역시 이견 좁히기가 쉽지 않은 주제다.
멕시코 정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논리로 화석 연료에 주로 의존하는 국영 석유회사(페멕스·PEMEX)와 국영 전기회사(CFE)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멕시코 에너지 분야에 대거 진출해 있는 미국 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이번 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멕시코 대통령에게 에너지 무역 규칙 준수가 (멕시코 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분명히 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경우 2017년 처음 멕시코시티를 찾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한편 바이든 미 대통령과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모두 지난해 멕시코시티 외곽에 개항한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고 멕시코 정부는 밝혔다.
'무리한 신공항 건설'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앞서 양국에 신공항 이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바 있다. 자신의 치적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