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휴가철 마치고 일상복귀 준비하던 중 폭동 소식에 '화들짝'
"미국 의회 난입 사태 이미테이션"…"극단 지지자들의 광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지윤 통신원 = "이런 폭력적이고 원시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브라질 역사의 수치다"
새해 첫 주의 휴가철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던 대다수 브라질 국민은 일요일인 8일(현지시간) 오후 날벼락처럼 전해온 전임 대통령 일부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폭동'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TV를 통해 폭도들이 브라질 의회에 난입해 유리창을 비롯한 기물을 박살 내고, 대법원과 대통령궁에서 활보하며 브라질 민주주의의 상징을 유린하는 모습에 다들 실망을 넘어 개탄했다.
그동안 설마 설마 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작년 대선 과정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은 여론조사에서 뒤처지자 전자투표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며 선거 부정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여러 차례 선거 불복을 내비쳤고, 이로 인해 대선 불복에 대한 우려를 낳았었다.
실제로 일부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이른바 군부대 앞에서 '애국 캠프'를 차려놓고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군의 개입을 촉구하는 시위까지 벌여왔던 터다.
심지어 테러를 준비하다가 체포된 사람까지 나와 평화로운 정권교체를 기대했던 브라질 국민은 한동안 살얼음판을 걷는 듯 정국을 지켜보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취임식이 별일 없이 끝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안도했다.
비록 전임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해 후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며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지는 않았지만 그마나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에서였다.
지난 1주일간 새 정부는 희망을 안고 힘찬 출발에 나섰고, 룰라 대통령도 이날 수해 지역을 방문하는 등 정국이 안정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평화와 기대는 1주일도 가지 못해 깨졌다.
연말·연초를 바닷가에서 보내고 막 집으로 돌아왔다는 마테우스 페레이라(43) 씨는 "휴가에서 다녀와 편안한 마음으로 일요일을 보내고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너무 충격적"이라며 현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그는 "아직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미 취임식도 다 끝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
지난 1일 룰라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상파울루에서 브라질리아까지 다녀왔다는 브루나 마갈랴이스(28) 씨는 "일주일 전에 축제 분위기였던 곳에서 이런 폭력적이고 원시적인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가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면서 놀랍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오나탄 티솟(35) 씨는 "사실 놀랍지도 않다"면서 "이런 폭력 시위가 있을 수 있을 거라는 게 예상돼왔다"며 이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오늘 (의회 등에) 침입한 사람들은 브라질 국민을 대표하며 자유 수호를 위해 행동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그들은 브라질 국민을 대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파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그저 소수 그룹의 집단 광기와 이해관계자들의 계획이 맞아떨어져 발생한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줄리아나 마지올리(38) 씨는 이번 사태가 "미국 의회 침입의 이미테이션"이라며 "보우소나루의 극단적 지지자들의 분노와 광기는 언젠가 폭력적인 형태로 폭발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가) 룰라 정부나 민주주의에 오히려 득이 되는 사건일 수 있다"면서 "오늘 사태는 극단적 우파 지지자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들이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사실을 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브라질 역사의 수치이자 반민주주의 테러리스트 범죄"로 보도하며,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이런 폭력 사태가 일어나도록 부추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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