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머스크 트위터에 매달린 새 현대차·기아 등에 점유율 잠식"
WSJ "동남아에선 저가 중국 전기차 급성장"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세계 전기차 시장의 '테슬라 독주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대차그룹 등의 부상으로 테슬라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에 따른 혼란 등 '오너 리스크'가 테슬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는 흐름이다.
또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이끌면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테슬라의 작년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하락과 관련해 머스크가 이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제공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 52만5천대 가운데 테슬라의 비중이 65%로 여전히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2020년의 79%보다는 14%포인트 빠졌다.
테슬라에 이어 포드(7%), 기아[000270](5%), 쉐보레· 현대차[005380](각각 4%)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 속에 테슬라 이외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양사 합해 9%를 차지한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테슬라 점유율을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WP는 머스크가 트위터의 위기상황 대응에 집중하면서 테슬라의 부진을 부채질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또 그가 트위터 인수 후에 보여준 경영상의 혼란, 극우적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음모론에 호응하는 자세 등으로 인해 그의 과거 팬들이 테슬라 차량 구매를 꺼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대신 다른 브랜드 차량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2년 전이었다면 100% 테슬라를 샀겠지만, 머스크의 최근 언행으로 인해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게 됐다고 WP에 말했다.
테슬라는 수요 부진에 대응해 미국과 중국 등에서 연이어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더 많은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다만 S&P 글로벌의 스테퍼니 브린리 애널리스트는 아직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테슬라는 이미 전 세계에 4곳의 생산시설이 있고 신모델 출시 계획도 있는 만큼 경쟁에서 일정부분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지난해 5%에서 2025년 17%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업계의 변화도 빠른 만큼 아직 업체 간 경쟁의 승패를 예측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봤다.
그는 "경쟁업체의 진입으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겠지만 이는 테슬라의 명성 하락이나 생산량 감소를 뜻하는 게 아니며, 수익성이 반드시 떨어진다는 의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미국 내 판매량이 지난해 50만여 대에서 2025년 80만대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년간 테슬라 모델 3를 타다 최근 기아의 EV6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솔직히 테슬라는 '드림카'였지만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했다"면서도 기아 차량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의 보조금 7천500달러(약 938만원)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아 아메리카의 스티븐 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미국 내 전기차 공장 완공 전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없어서 가격에 민감한 소형차 판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기아 전기차 사업은 활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들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1∼9월 전기차 1만3천여대가 팔렸는데, 태국 카시콘 리서치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이 가운데 80% 정도는 중국산이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격이 결정적 고려 요소로, 도요타나 테슬라 차량의 절반 가격이면 중국 업체가 만든 소형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몇몇 중국산 전기차들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휘발유 차량과 비교해도 오히려 가격이 싸다는 것이다.
태국에서 테슬라의 모델 3 가격이 5만1천달러(약 6천350만원)부터 시작하는 데 비해 중국 창청(長城·GWM)자동차의 전기차는 보조금 4천달러 혜택을 받아 가격이 2만2천달러(약 2천738만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도요타 코롤라나 혼다 시빅 브랜드의 휘발유 차량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인도네시아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상하이자동차(SAIC)·우링자동차 합작사인 상하이GM우링자동차(SGMW)가 시작가 1만5천달러(약 1천867만원)로 내놓은 전기차가 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미중 갈등 등을 고려할 때 중국 브랜드가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은 작지만, 이들이 동남아에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선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피치 솔루션은 선진국에서도 경기침체로 일부 소비자가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 대상으로 고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지난해 5% 정도였던 이들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2025년 15%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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