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한때 '유럽의 화약고'로 불렸던 발칸반도 서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이하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반자치 공화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고명예훈장을 수여했다.
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계 반자치 스릅스카공화국(RS)의 지도자 밀로라드 도디크는 이날 국경일 기념식에서 자국에 푸틴 대통령이 보여온 '애국적 관심과 사랑'에 훈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RS와 러시아의 정치적, 우호적 관계와 협력을 발전시키고 강화하는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도디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작년 9월에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는 등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다시 만날 때 훈장을 직접 전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주재 러시아 대사인 이고르 칼부코프는 "이번 훈장수여는 형제와 같은 양국 국민의 우정을 강화하기 위한 양자 관계의 전략적 결의를 확고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방은 러시아 정부가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내 세력을 대리로 내세워 보스니아와 발칸반도의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보스니아는 보스니아계(이슬람교), 세르비아계(정교회), 크로아티아계(기독교)가 뒤엉킨 인종, 종교 간 갈등으로 1992∼1995년 최소 10만 명이 숨지는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겪었다.
현재는 보스니아계(이슬람교)와 크로아티아계(기독교)가 지배하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연방과 세르비아계(정교회) RS로 1국 2체제 국가를 이루고 있지만, 도디크는 RS가 완전히 독립해 민족·종교가 같은 세르비아로 합병돼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AP 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도디크의 분리주의 정책들을 무언으로 지지함으로써 보스니아의 민족·종교 갈등을 이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에게 훈장이 수여된 이날 기념식도 1992년 세르비아계가 세르비아와 합병하기 위해 보스니아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한 것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보스니아 헌법재판소가 반헌법적이라고 규정한 상태였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한편, 보스니아에서는 세르비아계가 9일 사라예보 외곽에서 문제의 RS 국경일 관련 축하행사를 열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내전 당시 세르비아계에 포위됐던 사라예보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포격과 저격에 주민 수천명이 사망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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