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멘트도 못넘은 고대 로마 '초강력' 콘크리트 비밀 풀었다

입력 2023-01-09 13:30  

현대 시멘트도 못넘은 고대 로마 '초강력' 콘크리트 비밀 풀었다
고온 혼합이 '석회 쇄설암' 만들어 균열 메우는 자기회복력 부여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고대 로마의 신전이나 송수로는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원형이 보존돼 있을 만큼 단단하게 건설돼 있다.
이런 초내구성은 부두나 하수도, 방파제 또는 지진이 잦은 곳 등 혹독한 조건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자갈과 모래 등의 골재에 물과 경화제를 넣어 굳힌 콘크리트가 바탕이 돼 있다.
시멘트를 이용하는 현대 콘크리트 기술로도 뛰어넘을 수 없는 비결을 찾아내기 위해 수십년간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 마침내 그 실마리가 잡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따르면 이 대학 토목환경공학 교수 아르미르 마시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고대 로마의 콘크리트 제조 전략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로마시대 콘크리트의 내구성은 나폴리 만의 항구도시 포추올리의 화산재와 같은 '포졸란'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화산재는 당시에 로마제국 곳곳에 보내져 건축물 콘크리트의 주요 물질로 이용됐다.



하지만 정밀분석 결과, 밀리미터 크기의 밝은 백색 광물인 '석회 쇄설암'(lime Clast)이 콘크리트 혼합물에서 훨씬 더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로마 시대 콘크리트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허술한 혼합 과정에서 들어간 이물질이나 질 낮은 골재로 무시돼왔다.
연구팀은 로마시대의 건축가들이 훌륭한 건축 자재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면 기초가 되는 콘크리트 혼합 과정에서 이물질이 섞이도록 엉성하게 관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고해상도 확대 이미지와 현미경 등을 통해 석회 쇄설암을 다시 정밀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석회 쇄설암이 다양한 형태의 탄산칼슘(CaCO₃)으로 만들어졌으며 석회가 물과 반응해 생긴 소석회(消石灰)를 첨가하는 것이 아니라 생석회를 직접 이용할 때 예상되는 고온의 열 반응으로 형성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고온 혼합에 로마 콘크리트 내구성의 비결이 있는 것으로 제시하면서 고온 혼합이 소석회만 이용할 때 가능하지 않은 화합물을 형성하고 콘크리트를 빨리 굳게 만들어주는 이중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온 혼합과정에서 석회 쇄설암이 잘 부서지고 칼슘에 반응하는 특유의 나노입자 구조를 갖게 되는데, 이런 점이 자기회복 기능을 갖게해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콘크리트 내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석회 쇄설암 상부표면 영역을 따라 생기게 되는데, 틈새로 흘러든 물과 작용하면서 칼슘 용액을 만들고 탄산칼슘으로 결정이 바뀌면서 틈을 메우거나 포졸란과 작용해 콘크리트 혼합물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작용은 콘크리트 균열이 커지기 전에 거의 동시에 자동으로 이뤄진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고열 혼합 콘크리트를 만들어 균열이 생기게 한 뒤 물을 흘려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고열 혼합 콘크리트는 2주 만에 틈이 메워지며 더는 물이 흘러들지 않았지만 생석회 없이 만든 콘크리트에서는 물이 계속 흘러들어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런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멘트 물질의 상용화를 연구 중인데, 콘크리트의 수명을 늘리고 경량화함으로써 시멘트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시멘트는 현재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마시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는 콘크리트 등도 연구 중인데, 이런 노력이 콘크리트에 의한 기후변화 충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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