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빗장 풀린 中훈춘 러시아통상구 북적…北통상구는 적막

입력 2023-01-09 13:11   수정 2023-01-09 13:51

[르포] 빗장 풀린 中훈춘 러시아통상구 북적…北통상구는 적막
러통상구 이틀째 화물차 행렬…北통상구 운행 안 해

(훈춘=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이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를 해제한 지 이틀째인 9일 북한과 러시아 접경 지역인 훈춘의 러시아 통상구(커우안·口岸)는 통관 차량으로 북적거렸으나 북한 통상구는 인적이 끊겨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날 훈춘 창링쯔의 러시아 통상구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러시아로 나가려는 화물차량 수십 대가 긴 행렬을 이루며 통관 순서를 기다렸다.
러시아 화물차 기사들은 육로 통행 재개가 반가운 듯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통상구 앞에서 만난 한 중국인은 "지난 3년간 중단됐던 러시아와의 육로 통행이 어제 재개된 뒤 이틀째 러시아로 가거나 들어오는 화물차량이 대거 몰리고 있다"며 "오늘 러시아인들을 태운 버스도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무역을 한다는 그는 "러시아와의 교역 정상화와 관광 재개에 따라 훈춘을 비롯한 접경 지역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3년간의 힘든 시기가 마침내 끝났다"고 반겼다.

훈춘시 정부는 전날 "중앙 정부의 접경 지역 육로 통행 재개 조치에 따라 러시아 통상구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관영 통신 신화사 등 관영 매체들은 "육로 통행 재개 첫날 지린성의 대러시아 주요 통로인 훈춘 러시아 통상구에 러시아행 승객과 물자 운송 트럭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훈춘뿐 아니라 헤이룽장성 쑤이펀허, 네이멍구 만저우리, 네이멍구 얼롄하오터 등 동북 지역 모든 러시아·몽골 통상구가 전날 봉쇄를 풀어 2년 9개월 만에 인적·물적 왕래가 재개됐다.
그러나 중국 동북지역의 북한 통상구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육로 통행이 재개되지 않았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나선과 마주 보는 훈춘 취안허 통상구는 이날 출근한 인원이 휴일이었던 전날보다 오히려 적었다.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도 강한 추운 날씨 탓에 관광객 발길도 끊겨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훈춘시 정부와 현지 매체들도 북한과의 육로 통행 재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훈춘의 한 대북 소식통은 "대북 육로 통행 정상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며 "당분간 북한 나선에 진출 중국 기업들이 원하는 물자만 부정기적으로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단둥과 지안, 투먼 등 북한 접경 지역에서도 육로 통행 재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이르면 춘제(설·1월 22일), 늦으면 광명성절(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2월 16일) 이후에나 정상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중국의 코로나19가 진정돼야 북한이 국경을 풀 것 같다"고 말했다.
pj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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