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악영향 우려" 관광업계 요구에 재도입 첫날 뒤집어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이 중국인 입국에 맞춰 재도입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 의무화를 철회했다.
태국 정부는 9일부터 항공편 입국 규제를 강화했으나, 관광업계의 요구에 시행 첫날 이를 뒤집었다.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 관광객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 의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누틴 부총리는 세계적으로 충분한 백신 접종으로 면역이 형성됐기 때문에 접종 증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접종 증명서 제출은 번거롭고 불편하기도 하다"며 "미접종자도 제약 없이 입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국경 재개방에 각국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등 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태국도 항공편으로 입국하는 18세 이상 모든 관광객에게 코로나19 백신 2회 이상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서류가 준비되지 않은 입국자는 도착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중국과 인도 등 귀국 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가 필요한 국가에서 오는 입국자는 코로나19 치료비 보장용 보험에도 가입하게 했다.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 없이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하려는 조치로, 접종 증명서 제출이 핵심이었다.
태국이 중국과의 관계와 관광 수입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가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으나, 관광업계의 요구로 이마저 없던 일이 됐다.
앞서 관광업계는 태국 정부가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갑자기 강화해 관광산업과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푸껫관광협회, 끄라비관광협회, 팡응아관광협회 등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에게 새로운 입국 규제를 재고해달라는 진정서를 전날 제출했다. 이들은 관광체육부, 보건부, 관광청에도 진정서를 보냈다.
업계는 진정서에서 코로나19 백신 2회 이상 접종을 요구하는 규정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이 많다며 이를 폐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유럽과 러시아 등의 많은 외국 여행객이 새로운 입국 규제로 여행 일정을 변경했으며, 환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진정서 접수 이후 정부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전격적으로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입국 규제가 수시로 바뀌자 태국 방문을 계획 중이거나 입국을 앞둔 여행객을 비롯해 관련 기관과 기업 등은 혼란을 겪고 있다.
태국을 찾은 외국인 입국자는 2019년 연간 4천만 명 규모였으나 2021년 42만8천 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입국 규제 완화로 외국 관광객이 1천181만 명으로 회복됐다.
아누틴 부총리는 애초 500만 명이었던 올해 중국 관광객 입국 목표를 700만~1천만 명으로 높여 제시했다.
그는 "태국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신호"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 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doub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