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초거대 AI로 특화한 한국어 검색, 챗GPT보다 우위"
카카오는 AI 엔진에 신중…"'멀티모달' 고도화에 일단 주력"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검색엔진 '빙'의 인공지능(AI) 버전을 개발해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의 아성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대응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1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테크기업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최근 MS가 대화형 메신저 '챗GPT'의 기술을 이용해 오는 3월 내로 새 버전의 빙 검색을 출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챗GPT는 미국 기업 '오픈AI'가 작년 말 공개할 때부터 사람과 상당히 비슷한 수준으로 글을 쓰는 성능을 보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다만 MS와 오픈AI 측은 이와 관련해 아직 말을 아끼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는 챗GPT 기술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빙이 고품질 대화형 검색으로 구글의 압도적인 검색 시장 우위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이 기술의 상용화가 국내 IT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 검색엔진 리더를 지낸 AI 전문기업 업스테이지의 배재경 AI프로덕트 리더는 "챗GPT는 기존 지식을 잘 조합하고, 특히 인간과 자연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더 정확하고 적절한 결과를 생성할 수 있어 많은 전문가의 예측대로 검색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 리더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한국어 특화 학습은 물론 아직 챗GPT가 파인 튜닝(추가 학습)을 하지 못한 영역에 빠르게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챗GPT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여지가 많아 대형 IT 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챗GPT가 국내 검색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챗GPT처럼 종합적이면서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초거대 AI'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 유용하고 자연스러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유한 검색 엔진과 AI 언어 모델을 접목해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2021년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검색에 활용해왔다.
특히 한국어 검색에는 챗GPT보다 훨씬 고성능의 기술을 갖추고 있어 한국 사용자에게 최적화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주장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는 오픈AI의 GPT-3 모델의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보다 6천500배 넘는 학습량을 보유했다고 한다.
아직은 네이버의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실제로 챗GPT에 '광화문 주변 맛집 알려 줘'라는 검색어를 한국어로 입력하자, 5개 식당 이름과 설명이 제시됐으나 실제로 존재하는 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검색 결과가 모두 나타나기까지 시간도 1분 넘게 걸렸다. 반면 네이버에 같은 검색어를 쳤을 때는 광화문 일대 지도에 식당 위치가 표시된 플레이스 검색 결과가 곧바로 표시됐다. 다만 챗GPT가 실제로 한국을 주력 시장으로 표적화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은 한국인 정서에 잘 맞고, 트렌드를 반영한 데이터를 갖춰 국내 사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챗GPT의 파급력을 주시하며 다음 검색 기능의 고도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지만, 당장 초거대 AI를 검색 엔진에 활용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카카오의 AI 전문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2021년 공개한 한국어 특화 AI 언어 모델 'KoGPT'(코지피티)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아직 검색엔진에 접목하지는 않았다.
우선 AI 화가 '칼로' 등 텍스트와 이미지·음성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초거대 멀티모달 AI'의 성능 향상에 주력하면서 초거대 AI의 기반 기술을 고도화한 뒤 검색 엔진 등에 활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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