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는 9일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근로시간 정책을 가급적 유연화해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재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다양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러한 내용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2023년 주요 업무계획 보고에 담겼다. 지난달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정부에 권고한 내용이 대폭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전문성을 높여 회계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현행법에는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에 관한 규정이 없어 '셀프 감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노동 개혁과 관련해 "노동의 유연성·공정성, 노사 법치주의, 산업 현장의 안전을 업그레이드하고 잘못된 것을 상식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노동개혁 관련 방안에 대한 추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내놓은 주요 내용으로는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방안과 주 52시간 유연화 방침을 꼽을 수 있다. 다만 현 노동계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게 현실이어서 향후 추이에 눈길이 쏠린다. 정부가 노조 재정 투명성 강화 방침을 추진하고 있는 건 노조가 사실상 불투명한 회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3분기에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조의 자율적 공시를 유도하되 공시 대상과 항목·절차 등을 담은 입법 개정안을 내달 중 발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노조 회계·재정에 대한 조합원, 근로자들의 알 권리를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대 노총은 이날 일방적으로 노조를 탄압하고 기업계의 숙원을 민원 처리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동계의 이런 비판은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조 회계 공시시스템을 만들고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을 높이겠다고 정부가 밝힌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회계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방침을 둘러싸고 극명한 시각차를 엿볼 수 있다.
주52시간제 유연화 방안에 대해서도 대립각이 나타난다. 주52시간제 유연화는 정부의 근로시간 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부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되 일이 많을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이후 휴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주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하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노총은 주52시간제 유연화와 관련해 "연장 노동이 일상화한 우리 현실에서 장시간 노동·저임금 체계를 더욱 고착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대기업과 경영계의 숙원을 민원처리하듯 개악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방침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이 여전한 듯하다. 정부와 노동계 간 대립 국면이 더욱 심화할 수 있는 모양새여서 우려감을 지우기 어렵다. 노동 현장의 변화상과 경제 여건 등을 깊이 있게 고심하고 감안하며 최적의 해법을 찾아 나가는 자세가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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