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배후 의심 브라질 前대통령 美병원 입원…"바이든, 곧 룰라와 대화"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정부는 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에 체류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을 자국으로 인도해달라는 브라질 정부의 공식 요청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미 3국 정상회의 참석차 멕시코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 중인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 정부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하지 않고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행방을 확실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 현지 매체는 그가 전날 브라질 폭동 사태 이후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플로리다에 체류중이다.블룸버그통신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최근 올랜도에 있는 식당과 식료품점 등에서 목격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가 그런(신병인도) 요청을 받는다면, 항상 하던 식으로 처리할 것이다. 요청을 진지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해 신병 인도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미국이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설리번 보좌관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비자 종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브라질 정부 요청 없이도 추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특정 개인의 비자 상황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겠다면서 "일반적으로 A비자(외교관 비자)로 입국한 누군가가 더는 자기 정부를 대표해 공식 업무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미국을 떠나거나 30일 이내에 비자 지위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요청은 국토안보국에 해야 한다"며 "만약 개인이 미국에 체류할 근거가 없으면 그는 국토안보국의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브라질에서는 작년 10월 치러진 대선 결과에 불복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 등에 몰려가 집기를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보우소나루의 재집권을 요구하며 군부 쿠데타를 거론하기도 했다.
대선 패자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부정 선거를 주장하면서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브라질 현 정부는 이번 폭동의 배후로 그를 의심하고 있다.
이번 브라질 폭동은 미국에서 지난 대선 직후 벌어졌던 1·6 의사당 난입사태와 판박이라는 점에서 '브라질판 1·6 사태'로도 불리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전날 폭동 사태와 관련해 브라질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방해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은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강력하고 복원력이 있기 때문에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우린 브라질 민주주의 제도가 유지되고, 그 국민의 의지가 존중되며, 브라질에서 자유 선거로 선출된 지도자들이 브라질을 통치할 것이고, 이는 정부 기구를 공격한 이들의 행동으로 저지되거나 방해받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곧 이번 사태에 관해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그 시기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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