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란 직격…"여성 존엄성 위한 시위, 사형은 정의 아냐"

입력 2023-01-10 08:08   수정 2023-01-10 16:46

교황, 이란 직격…"여성 존엄성 위한 시위, 사형은 정의 아냐"
"여성, 이류시민 취급받아…재능 발휘할 기회 거부당해"
핵 전면 금지도 호소…"브라질 갈등, 시민에 도움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란의 '히잡 시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고, 시위 참가자들을 연속해 처형하고 있는 이란 사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고 9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간 이란 반정부 시위에 말을 아껴온 교황이 구체적으로 해당 사안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각국 바티칸 대사를 대상으로 한 연례 연설에서 "최근 여성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의 사례에서 보듯 사형이 계속 부과되는 곳들에서 생명권이 위협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형은 범죄 억지력이 없고, 피해자에게 정의를 가져다주지도 않고, 오직 복수에 대한 갈망에 기름을 끼얹을 뿐"이라며 "이는 국가적 사법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해 11월 이란 상황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여성 인권을 위해 계속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답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이란에 화해를 촉구하기도 했으나, 시위 상황을 콕 집으며 당국을 비판한 적은 없었다.
이란 사법부는 작년 말부터 올 초에 걸쳐 반정부 시위 참가자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아가 "사형제는 인간의 불가침성과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인정될 수 없는 것"이라며 사형제 폐지를 호소했다. 사형제와 연결해 낙태권에 반대한다는 뜻도 거듭 표명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여성에게 벌어지는 일처럼 일부 사람들이 교육에서 배제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최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여성 활동 제한 조치도 비판했다.
그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등지의 상황을 가리켜 "세계 많은 곳에서 여성이 이류시민 취급을 받는다"며 "여성은 폭력과 학대 상황에 놓여 공부와 일, 재능 발휘, 의료와 식량에 접근할 기회를 거부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청 고위직에 임명된 많은 여성이 사제 서품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역시 이류 시민 취급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려도 거듭 표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총과 폭력으로만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기반시설 공격에 따른 굶주림과 추위로도 죽어가고 있다"며 교황청 헌법을 인용해 "전체 도시나 광범위한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전쟁 행위는 신과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1962년 고조됐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언급하며 "슬프게도 오늘날 역시 핵 위협이 제기됐고, 세계는 또다시 두려움과 고통을 느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언급은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억지력을 위한 핵 보유조차 "도덕적이지 않다"고 꼬집으며 핵무기 전면 금지를 거듭 호소했고, 이란 핵 협상 교착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날 브라질에서 벌어진 대선 불복 폭동 사태를 가리켜서는 "미주의 여러 나라에서 정치적 위기로 인한 긴장과 폭력이 사회적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약화는 정치·사회 양극화를 강화하고, 시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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