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트위터로 시위 뜻하는 음어 '셀마의 파티' 확산
버스 대절 4천명 수송 작전도…인플루언서들 "음식 무료제공" 가세
현지 당국, 1천500명 대량 체포…시위대 조직·폭동 모의 수사 중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브라질에서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의회·대법원·대통령궁 등 시설에 난입한 폭동 사태와 관련, 소셜미디어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영국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사용하는 메시징 앱이 선거 부정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은 물론 이들이 대규모 시위로 나아가는 발판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다.
전날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층 수천명이 입법·사법·행정 3부 기관 주요 건물에 쳐들어가 각종 기물을 부수며 폭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국제사회를 경악에 빠뜨렸다.
브라질 국립과학기술연구소(INCT) 디지털민주주의 부문 펠로우인 니나 산투스는 폭도들이 왓츠앱·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처음 조직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이들이 세를 불리기 위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좀더 개방적인 소셜미디어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게시물이 부적절한 내용으로 분류돼 차단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법도 동원했다고 한다.
브라질 퇴역군인들이 시위 구호로 사용하는 단어 '정글'(selva)을 변형, '파티'(festa)와 결합한 표어를 만들어 "브라질리아에서 열리는 '셀마의 파티'(festa da selma)에 참여하라"는 내용의 독려 메시지를 뿌리는 식이다.
산투스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한 긴급 규칙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사실은 이런 규칙이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실제 폭동 발생 전후로 소셜미디어에는 폭도들이 직접 촬영한 라이브 방송 게시물이 확산했고, 이를 실시간으로 수천명씩 시청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이번 사태를 옹호하는 게시물을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놨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층이 이처럼 방치된 소셜미디어 환경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이 승리한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싹틔우고 확산시킬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리우데자네이루대학의 로세 마리 산티니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선거 사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동원해내는 데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돌출 발언이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작년 12월 브라질 대선 결과와 관련, 트위터의 전 경영진이 "좌파 후보를 선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 경영권을 쥔 머스크의 이런 발언에 더해 직원 대거 감원으로 메시지 관리 인력이 줄어들면서 브라질 대선 폭동과 관련한 게시물들이 제대로 필터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데이터 전문가 마르셀루 소아레스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이번 시위를 가리키는 음어 '셀마의 파티' 멘션이 폭동 당일에 가까워가며 브라질 남동부 계정을 중심으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또 미국 마이애미의 일부 계정들도 이 과정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아레스는 짚었다. 마이애미는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한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의사당에 난입하는 '1·6 사태'를 불러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저택이 위치한 근거지다.
소셜미디어의 극우 인플루언서들도 시위 참가자들을 이동시키고 식음료 등 필요 물품을 보급하는 데에 일조했다. 전국 각지의 대형 버스가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에 동원됐고, 음식과 텐트 지원을 약속하는 메시지도 보였다.
브라질리아 헌병대는 폭동 후 브리핑에서 지난 6일부터 폭동 당일까지 사흘간 버스 100대가 시위대 본부로 약 4천명의 참가자를 실어 나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현지 사법 당국은 현재까지 시위대 총 1천500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수사의 초점은 작년 10월 대선 후부터 브라질리아에 진을 치고 선거 부정을 외쳐온 이들 보우소나로 전 대통령 지지층이 어떻게 시위를 조직했는지, 어떻게 폭동으로 이어졌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내다봤다.
특히 폭동의 주동자가 누구인지, 언제부터 이번 일이 모의됐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들이 사용한 각종 메신저앱은 물론, 소셜미디어에 오른 폭동 당시 영상도 증거 자료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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