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수요 감소에 저비용항공사 울상…면세업계는 반한정서 걱정
중소기업 대중수출 감소 우려…중기부·산업부 등 대응방안 모색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임기창 김기훈 이신영 기자 = 중국이 방역강화 보복조치로 한국 국민의 자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자 국내 산업계가 사업일정이나 출장 비즈니스 등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업종마다 중국 당국의 조치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항공업계는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당분간 여객 수요 감소가 불가피해 사태 장기화 여부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정부가 중국 내 코로나 상황 악화를 고려해 중국 노선 증편 허가를 잠정 중단한 터라 중국 노선을 점차 확대해 올해 수익성 개선을 노리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다만 코로나 유행 기간 중국 노선 운항 자체가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반적으로 단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역시 별다른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법인을 둔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법인이 현지 업체와 합작사인데다 현지 근무자들이 대부분 주재원이라 단기비자 발급 중단의 영향이 바로 미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길어지면 중국 내 사업 유지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리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도 직접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견 근로자는 대부분 취업비자를 발급받기 때문에 단기 비자와는 무관하다"며 "다만 긴급하게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기로 나가는 출장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딱히 해결책도 없어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도 상황이 장기화하지 않을까 우려 섞인 시선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 코스맥스[192820] 등이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등에 공장이 있고, 한국콜마[161890]와 콜마비앤에이치[200130]도 베이징과 옌타이 등에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 생산 인력은 대부분 현지인이고 주재원들의 경우 장기비자를 가지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화상회의로 많이 전환했고 출장도 잦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방역 완화로 관광객이 늘 것으로 기대했던 면세업계도 걱정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계가 악화하고 반한 정서가 고조되면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들도 중국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으로 판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꺾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감소세를 보인 대중(對中)수출이 '위드 코로나'와 함께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또 다시 복병을 만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경우 내달 말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치과 의료기기 전시회 '덴탈사우스차이나' 참여 중소기업을 30곳 모집했지만 이번 조치로 절반 정도는 참여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중국 현지에 법인이나 지사 등을 둔 업체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에 가지 못하던 기업들도 화상이나 SNS 등으로 대응해온 터라 당장은 큰 영향이 없겠지만, 위드 코로나로 이제 중국에 갈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컸는데 시작하자마자 기대감이 다소 줄긴 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출 중소기업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 13개 지방중소벤처기업청 및 제주수출지원센터에서 '중국 비자 발급 중단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접수센터'를 운영한다. 이날 오전부터 운영에 들어가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신속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또 외교부, 산업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관련 협·단체와도 긴밀히 소통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향후 범부처TF 등이 구축되면 중소기업 애로사항 전달 및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중국의 단기 비자 제한 조치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동향을 모니터링하며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협력해 우리 기업의 애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