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서 난민구조 활동가 대거 법정에…"인도적 연대 범죄화"

입력 2023-01-11 11:47  

그리스서 난민구조 활동가 대거 법정에…"인도적 연대 범죄화"
비판 나선 인권단체…"그리스 당국, 기소 즉각 취하하라" 촉구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그리스에서 난민 구조 활동가들이 재판에 대거 회부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 CNN 방송은 에게 해에서 난민 구조 활동을 펼쳐온 24명에 대한 재판이 10일(현지시간)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개시됐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 유럽의회는 이에 '유럽에서 인도주의적 연대를 범죄시한 최대 사건'이라고 부르며 그리스 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24명의 피고인 가운데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진 숀 바인더, 사라 마르디니는 레스보스 섬 인근 해역에서 조난 당한 난민들을 돕기 위한 구조 활동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가 2018년 그리스 당국에 체포됐다.
독일·아일랜드 이중국적자인 바인더는 숙련된 잠수부이다. 시리아 난민 출신인 마르디니는 다른 난민들과 함께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던 2015년 타고 있던 배가 지중해에서 난파하자 헤엄을 쳐 다른 난민들의 목숨을 구해 국제적인 조명을 받았다.



당시 마르디니와 함께 구조에 나섰던 여동생 유스라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난민팀의 일원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이들 자매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의 영화 '더 스위머즈'(The Swimmers)로 옮겨진 바 있다.
언니 마르디니는 2016년부터 국제 구호단체인 국제긴급대응센터(ERCI)의 자원 활동가로 몸담으며 바인더 등과 함께 난민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간첩행위, 밀수조직 지원, 범죄단체 가입, 돈세탁 등 혐의로 중범죄로 기소된 이들의 유죄가 인정되면 최장 2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유럽의회는 2021년 6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들의 변호인은 실제 증거와는 무관하게 임의로 기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인더 역시 혐의를 부인하면서 "사람들이 이런(난민 구조)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겁주기 위해" 그리스 당국이 자신들을 법정에 세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법원 심리가 마무리된 뒤 기자들에게 "우리 모두가 요구하는 것은 법치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법규는 존중돼야 한다"며 "이번 기소는 거듭된 결함을 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인명을 구조하는 인도적인 연대를 사실상 범죄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그리스 당국에 기소를 취하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AI)도 "이번 재판으로 그리스 당국이 어느 정도까지 인도적 지원을 단념시키고자 하는지, 그리고 그리스 해안에서 안전을 구하려는 이주민과 난민들의 의지를 꺾으려 하는지가 잘 드러난다"며 즉각적인 기소 취하를 요구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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