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범죄·정치 혼란에 2019년 이후 선거 못 치러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경제 파탄과 갱단의 폭력 등으로 신음해 온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이제 의회마저 공전에 들어가면서 나라의 명운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10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선출직 공무원 중 마지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아이티 의회 상원의원 10명의 임기가 전날로 만료됐다.
아이티에선 갱단의 범죄와 정치적 혼란으로 2019년 10월 이후 선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2021년 7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사저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해 행정부도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아이티 의회는 2020년 1월 하원 의원 전원과 상원 의원 3분의 2가 임기를 다해 의사당을 떠나면서 큰 공백이 생겼다.
그나마 남아서 명맥을 유지하던 상원의원들이 이번에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을 정할 선거가 치러지지 않아 아이티 의회는 빈 건물이 돼 버렸다.
아이티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이자 정치평론가인 사무엘 마디스탱은 "이곳에는 더는 민주주의가 없다고 보면 된다"라며 "현재 아이티 국토의 60%는 무장 갱단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아이티를 통치하는 것은 아리엘 앙리 국무총리다.
하지만 그는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기 불과 이틀 전 임명됐기에 국민의 대표로서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AFP는 평가했다.
현지에선 모이즈 대통령이 이끌었던 정당인 'PHTK'가 아이티의 선거를 일부러 방해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은 2004년부터 13년간 평화유지군을 아이티에 주둔시켰지만, 아이티에 콜레라를 창궐시켜 다수의 희생자를 내고 현지 소녀를 성 착취했다는 비난을 받는 등 논란 속에 활동을 중단했고, 아이티의 치안을 안정시키지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티는 기본적인 의식주도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기에 이곳 주민들은 대의민주주의의 상실에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도 아니다.
아이티 인권문제연구소의 게데온 장 국장은 "이곳 사람들의 최우선 관심사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작년 아이티에선 무장 갱단에 의해 최소 857건의 납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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