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높이겠다는 연금 개혁 방안을 발표하자 이를 저지하겠다며 프랑스 노동조합이 약 12년 만에 손을 잡았다.
8개 주요 노조 단체가 일제히 연합 전선을 구축한 것은 2010년 11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년을 60세에서 62세로 올렸을 때가 마지막이다.
2019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첫 번째 연금개혁을 시도했을 때 정부의 편에 섰던 노동민주동맹(CFDT)마저 이번에는 반대 진영으로 돌아섰다.
그해 12월 공공부문이 대대적으로 파업에 들어가면서 열차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멈춰 섰으며 병원, 공항, 관광 명소 등이 문을 닫고, 학교 수업도 취소됐다.
정부의 연금 개혁 추진에 맞서 1월 19일 파업을 예고한 노조는 80만명이 참여했던 2019년 12월 총파업 때보다 많은 노동자를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노조는 1995년 중도 우파 성향의 자크 시라크 정부에서 공공 부문 연금 개혁을 추진했을 때 200만명이 거리에 나와 3주간 나라를 마비시켰던 총파업을 재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노조의 영향력이 30여년 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와중에 이번 파업으로 정부의 의지를 꺾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노조의 파업 소집에 대해 "두렵지 않다"며 "우리는 끝까지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베랑 대변인은 아울러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연금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프레데리크 다비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소장은 노란 조끼를 입은 반정부 시위가 프랑스 전역을 달궜던 2018년만큼 긴장된 분위기가 읽히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일간 르몽드는 "프랑스인 4분의 3이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분노와 불안이 전국에 퍼지고 있지만, 이 계획이 사회적 격변을 촉발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분석했다.
하원에서는 제1야당 자리를 꿰찬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가 주도하는 좌파 연합 '뉘프'가 힘을 보태기로 했으나 다른 야당들이 합세하지 않는 한 입법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중도 우파 성향의 공화당(LR)이 협력한다면 관련 법안은 절반이 넘는 찬성표를 받아 하원을 통과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새로 선출된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의 지지를 받아내기 위해 연금개혁안 발표 일정까지 미뤄가며 설득에 공을 들여왔다.
설령 공화당이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헌법 특별 조항을 발동해 하원 표결을 생략한 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야당의 반대로 2023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자 헌법 제49조 3항을 사용해 하원 표결을 거치지 않고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1월 23일 국무회의 상정 전까지 야당, 노조 등과 대화를 거쳐 연금 개혁 법안을 수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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