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 이륙 중단에 일파만파 대혼란…1천200편 취소·8천편 지연
수많은 승객 발묶여…해제 후에도 일부 공항 계속 운항중단해 피해 키워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전산 시스템 마비에 따른 국내선 운항 중단 여파로 미국 전역의 공항에서 수많은 승객들의 발이 묶이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11일(현지시간) 항공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8천여편의 항공이 지연되고, 1천200여편은 아예 운항이 취소됐다.
연방항공청(FAA)이 이날 오전에 전산 정보 체계 '노탐'(NOTAM) 오작동을 이유로 발령한 운항 중단 명령은 발령 90분이 지난 오전 8시 50분께 해제됐다.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한 운항 지연 등 연쇄 효과로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지연 출발과 연착, 결항이 줄줄이 이어졌다.
시카고 등 일부 공항은 FAA의 운항 중단 명령 해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한동안 이륙을 중단해 피해를 가중했다.
시스템 복귀에도 여파는 여전히 이어져 항공 지연 및 운항 취소에 따른 전체 피해는 한동안 계속됐다.
9·11 사태 이후 처음으로 비록 일시적이었지만 갑작스럽게 전국적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승객들은 말 그대로 예고도 없는 카오스에 빠져들었다.
미국에서 가장 이동이 많은 시기인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로 발생한 사우스웨스트발 항공대란의 악몽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벌어진 항공 마비에 수많은 여행객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최소한 반나절 이상을 공항에서 허비해야 했다.
제대로 된 일정 공지를 받지 못해 공항 의자마다 몇 시간째 비행 재개를 기다리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비행이 끝내 취소돼 허탈하게 발길을 돌리는 사례도 속출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당장 정부의 전산 시스템으로 인해 전국적 혼란이 빚어진 만큼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승객들의 분노가 마땅한 분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뉴욕 올버니에서 항공이 지체된 제스 매킨토시는 "시스템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승객 입장에서는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없다"며 "아무도 교통안전청(TSA) 요원에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시스템 차원의 문제이다보니 항공사 역시 승객과 마찬가지로 정보가 제한돼 함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예약했다는 한 승객은 NYT에 "항공사 직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며 "그들이 여러 차례 자신들 역시 우리와 동일한 정보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 안내까지 듣고도 대기하다 결국 비행기에서 다시 내려 대기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비너스 마실은 삼촌과 함께 올란도 국제 공항에서 오전 7시25분 뉴욕으로 향하는 델타편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 방송까지 들었는데, 이를 취소하고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다만 이륙 중지 가운데도 착륙은 허용되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대부분 국제선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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