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항생제가 염증성 장 질환(IBD: inflammatory bowl disease)인 크론병(CD: Crohn's disease)과 궤양성 대장염(UC: ulcerative colitis)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염증성 장 질환은 면역체계가 대장 또는 소장을 표적으로 오인해 공격함으로써 장 점막에 다발성 궤양과 출혈, 설사, 복통을 일으키는 만성 난치성 장 질환이다. 완화-재발이 반복하며 진행된다.
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기관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크론병은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서 발생한다.
미국 뉴욕 대학 랑곤 건강센터(Langone Health)의 애덤 페이 인구보건학 교수 연구팀이 덴마크의 전국 환자 기록부와 전국 처방 기록부에 등재된 610만4천245명(10세 이상, 여성 50%)의 2000년부터 2018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11일 보도했다.
이 중 91%가 최소한 한 차례 이상 항생제 치료를 받았다.
연구 기간에 3만6천107 명이 궤양성 대장염, 1만6천881 명이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 자료를 근거로 포아성 회귀분석(Poisson regression) 방법을 이용, 항생제 노출 후 IBD 발생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소화관 내 병원균을 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니트로이미다졸(nitroimidazoles)계 항생제와 플루오로퀴놀론계(fluoroquinolones)계 항생제가 IBD 위험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예를 들어 60세 이상인 경우 니트로이미다졸(nitroimidazoles)계 항생제 사용이 IBD 위험 61% 증가, 플루오로퀴놀론계(fluoroquinolones)계 항생제 사용이 54%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
이러한 연관성은 모든 연령층에서 나타났다. 다만 10~40세는 28% 높아지는 데 그쳤다.
좁은 범위 페니실린(narrow-spectrum penicillin) 같은 항생제들도 비교적 약하긴 하지만 IBD 위험과의 연관성이 있었다.
IBD 위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항생제는 니트로퓨란(nitrofurantoin)계 항생제가 유일했다.
전체적으로 소화관 내 병원균 치료에 사용되지 않는 것을 포함해 많은 항생제가 장 내 세균총(intestinal microbiome)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항생제 처방 횟수가 늘어날수록 IBD 위험과의 연관성은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40~60세는 항생제 치료 횟수가 1회 늘어날 때마다 IBD 위험은 15%씩 높아졌다.
60세 이상의 경우 항생제 치료 횟수가 5번 이상일 때 IBD 위험은 거의 2배인 95%까지 높아졌다.
IBD 위험은 항생제 노출 후 1~2년 사이가 가장 높았다.
40~60세의 경우 항생제 노출 후 1~2년 사이에 IBD 위험이 66%, 4~5년 후는 2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연령, 성별과 기타 사회경제적, 인구통계학적 요인들을 고려한 것이다.
이 외에도 장 내 세균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계열의 위산 분비 억제제,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의 사용도 고려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소화기내과 학회(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 학술지 '위장관'(Gut)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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