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네타냐후 복귀 뒤 사법부 권한부터 축소
정착촌 확장·서안합병 등 노골적 밀어붙이기 태세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 신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초강경 우파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이스라엘 내 분열이 극단으로 치달을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극우 의제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우파를 상징하는 정치인으로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을 가진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극우 정당과 근본주의 유대교 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삼아 세 번째 집권에 성공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단적 우파·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이번 정부는 사법부 권한 축소를 시작으로 초강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네타냐후 총리가 뇌물수수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크네세트(이스라엘의 단원제 의회)가 단순 다수 의결로 뒤집을 수 있게 하고, 대법관 임명에 의회 영향력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사법 개혁안'을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다.
대(對) 팔레스타인·이슬람 정책도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신정부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지난 3일 이슬람교 3대 성지인 알아크사 사원이 있는 동예루살렘 성지 방문을 강행해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을 자극한 데 이어, 8일에는 공공장소에 내걸린 팔레스타인 깃발을 압수하라고 경찰에 지시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또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전달할 세금 가운데 4천만달러를 삭감했으며 일부 PA 지도자들에게 부여했던 여행 허가를 무효화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이 유엔을 통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의 서안 점령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판단을 구한 데 대한 보복 조치로 이뤄졌다.
NYT는 성지 방문 도발, PA 지원 중단, 팔레스타인 깃발 금지령 등은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화 행보는 훨씬 속도가 빠르며, 앞으로 더 과감해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위에서부터 공격받는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사법부 권한 축소, 유대인 정착촌 확장, 서안지구 합병 등 극우 정책의 의도는 새롭지 않지만 네타냐후 정부는 이를 어느 때보다 노골적이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정부의 극우 독주는 이스라엘 사회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야권 등에서는 신정부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성토하며 지난 주말 반정부 집회를 여는 등 저항 운동에 나섰다.
연정에 참여한 한 의원은 이를 '반역'이라고 표현하며 야권 지도자들을 체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정부의 종교·교육 관련 정책도 사회분열을 예고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어나 수학 대신 종교 교육에 집중하는 초정통파 유대교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약속했으며, 신학교 학생의 병역 면제를 공식화했다.
이는 초정통파 유대교인인 하레딤(Haredim)들의 경제활동과 국방의 의무 수행 능력을 축소해 세속주의 이스라엘인들에게 더 큰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지우게 된다고 NYT는 분석했다.
가디언도 사설에서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국민들조차 현 정부의 극단적 정책이 민주주의 제도를 위협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또한 일각에서는 제3의 '인티파다'(팔레스타인 주민의 반이스라엘 봉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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