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출신 마크롱 여사 "시간과 돈 아껴"…좌파 반대로 입법 쉽지 않을 듯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학교에서 교복을 입는 것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20년간 라틴어와 문학을 가르쳤던 마크롱 여사는 일간 르파리지앵이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독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마크롱 여사는 지난 10일 파리에 있는 르파리지앵 본사에서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 7명을 만나 약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여사는 교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중학생의 질문에 교복이 단순하고 너무 칙칙하지 않다면 학교에서 입는 것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마크롱 여사는 어렸을 때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녔고 만족스러웠다며, 교복은 학생들 사이에서 차이점을 없애주고 시간과 돈을 아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복 착용을 지지한다는 마크롱 여사의 발언은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이 프랑스 모든 학교에서 교복 착용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하원에서 RN을 대표하는 마린 르펜 의원은 모두가 교복을 입으면 가장 비싸고,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유행하는 옷을 입는 대결을 끝낼 수 있다고 두둔했다.
우파 성향의 공화당(LR)이 교복 착용 의무화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지만, 더 많은 의석을 가진 좌파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단일 정당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르네상스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교복 착용 의무화에 반대해온 팝 은디아예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학교가 원하면 교복을 입을 수 있다며 이를 법제화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좌파 야당에서도 반대가 완강하다.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알렉시스 코르비에 의원은 같은 옷을 입는다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상드린 루소 의원 역시 공립학교에 투자를 많이 하고, 교사에게 정확한 급여를 지급해야지 교복이 교육의 불평등을 줄여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본토에서는 1968년 학생들이 주도한 혁명 이후 공립 학교의 교복 착용 관행이 사라졌으며, 사관학교와 일부 사립학교에서는 교복을 입고 있다. 1953년생인 마크롱 여사도 '교복 세대'에 속한다.
본토와 달리 해외영토에서는 학교에서 교복을 입는 문화가 흔한 편이다. 예를 들어 마르티니크에서는 공립 학교 3분의 1이 교복 착용을 요구하고 있다.
마크롱 여사는 24살 어린 마크롱 대통령이 고등학생일 때 교사와 제자 관계로 처음 만났다. 당시 기혼이었던 마크롱 여사는 이혼 후 2007년 마크롱 대통령과 결혼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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