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매수자 힘겨루기 지속…집값 하락폭 둔화해도 약세는 지속
전셋값 하락, 월세 전환 가속화…분양시장 양극화 심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전방위 규제완화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은행이 또다시 13일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주택시장은 호재와 악재를 한꺼번에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은 "시장에는 예견된 악재"라고 보면서도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금리 부담 때문에 당분간 거래가 회복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금리 인상은 없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금리 인상은 이제 확정변수나 상수에 가깝다고 판단된다"며 "정부의 전방위 규제완화와 금리 인상이 시소게임을 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간 힘겨루기가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는 지난 3일 정부의 서울 등 규제지역 해제 방침 이후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매수자들은 중개업소 등에 문의만 할 뿐, 금리 부담으로 인해 좀 더 지켜보겠다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내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됐고,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중과 폐지 등 세제완화도 추진하고 있어 집주인이 급하게 팔 이유가 없어진 만큼 급매물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처분 기한이 12일부터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 것도 급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매수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여전히 관망하고 있어 거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 위원은 "설 이후 낙폭이 심했던 지역에서 특례보금자리대출의 수혜를 받는 중소형 급매물을 중심으로 일부 거래가 이뤄질 수 있지만 매수심리가 여전히 바닥권"이라며 "거래가 이뤄져도 급매물 소화 과정일 뿐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매수자들의 주택구입 자금조달 여신환경은 더욱 악화됐다"며 "연초 정부의 규제 완화로 집값 낙폭이 줄고, 일부 지역은 매물도 회수되고 있으나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로 인해 거래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금리 추가 인상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고, 연내 금리 인하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매도자들의 급매물이 줄어들었지만 매수자들도 여전히 관망세여서 집값 하락폭은 둔화되더라도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 가속화하며 전셋값 하락과 이로 인한 역전세난 등의 부작용도 심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힘들어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더 오르면 전세 수요가 줄면서 역전세난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둔춘 주공을 비롯해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분위기가 다소 살아난 분양시장도 금리 부담으로 회복세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함영진 랩장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분양가가 비싼 곳은 청약수요자들이 외면하고, 가격이 싸거나 입지여건이 좋은 곳은 청약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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